[김인식 클래식] 서튼 감독은 이대호를 왜 교체하지 않았나

[김인식 클래식] 서튼 감독은 이대호를 왜 교체하지 않았나

일간스포츠 2022-09-29 05:2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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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연합뉴스
야구계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이 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을 맡았던 1973년 남긴 말이다. 당시 메츠가 시카고 컵스에 9.5경기 차 뒤진 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을 때 취재진이 베라 감독에게 "이대로 시즌이 끝난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베라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후 메츠는 컵스를 제치고 극적으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를 보며 베라가 남긴 명언이 떠올랐다. 
 
롯데는 지난 2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맞붙었다. 3-9로 뒤진 9회 초 마지막 공격 2사 1·2루에서 잭 렉스의 1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롯데는 4-9로 추격했다. 이어 이대호의 1타점 적시타까지 터졌다. 순식간에 5-9로 따라붙었다.
 
키움이 마운드에서 최원태를 내리고, 마무리 김재웅을 올리는 동안 롯데 벤치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롯데의 후속 타자 전준우의 타구는 유격수-3루수 사이 깊숙한 곳을 향했다. 유격수 김휘집이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하고 놓쳤다.
 
김휘집이 떨어뜨린 공을 다시 잡아 2루로 던졌다. 1루 주자 이대호가 벤트 레그 슬라이딩을 했지만, 포스 아웃. 경기는 키움의 9-5 승리로 끝났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실낱같은 5강 희망을 사실상 날려 버렸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용병술이 너무 아쉬웠다. 9회 초 2사 후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내주면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인 만큼, 이대호를 빼고 대주자를 투입하는 것이 당연했다. 만약 이대호가 아닌 주자였다면 2루에서 세이프 될 수 있었다. 또 전준우도 1루에 진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사 만루 찬스를 잡아 경기가 또 어떻게 전개됐을지 알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뭐든 끝까지 해봐야 한다.
 
엔트리에 있는 롯데 야수를 다 기용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투수라도 대주자로 투입했어야 한다. 이대호보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대주자를 넣었다면 승리 확률을 높아졌을 것이다.
 
서튼 감독이 승부수를 띄우지 않은 건 이대호와 팬들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은퇴 투어 중인 이대호가 고척 마지막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였을까. 오로지 서튼 감독만이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경기를 이겼다면, 이대호와 롯데 팬들은 더 즐거워 하지 않았을까. 서튼 감독이 왜 승부를 걸지 않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5회 초 롯데의 번트 수비도 아쉬움이 컸다. 1-4로 뒤진 5회 무사 1루에서 상대 번트를 연속 안타로 둔갑시키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잡아야 할 아웃카운트를 얻지 못했고, 키움 이정후의 3점 홈런(1-9)까지 터졌다. 번트 시프트도 주자의 진루를 아웃카운트와 맞바꿀 생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는 너무 무리했다.
 
필자가 1998년 OB 베어스(현 두산) 지휘봉을 잡고 있던 때였다. 당시 OB는 시즌 막판 7위까지 떨어져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즌 막판에는 부산 원정을 마치고 광주로 이동하던 중 남해고속도로에서 구단 버스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악재가 많은 가운데 OB는 시즌 막판 8연승을 달려 해태 타이거즈를 끌어 내리고 가을 야구로 향하는 막차를 탔다. 10월 3~4일 해태와의 맞대결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해태는 OB를 상대로 무승부만 해도 4위를 확정,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OB가 두 경기를 모두 이겼다. 당시 해태 승률이 0.488, OB가 0.496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OB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
 
팀이 어려울수록 감독이 승부수를 던지거나 특별한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남은 경기가 적지만 남은 경기를 다 이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지난 주말 롯데의 경기는 더 아쉬웠다.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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