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테니 빨리 합의"...장례식 찾아와 유가족 두번 울린 '현대백화점'

"돈 줄테니 빨리 합의"...장례식 찾아와 유가족 두번 울린 '현대백화점'

살구뉴스 2022-09-29 13:33: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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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유가족들을 찾아 피해보상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장례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 합의서부터 내미는 건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행동"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은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여기서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해 통감한다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또한 피해자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충격적인 실상이 밝혀지며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측, 손해배상액 계산표 들고 장례식장 찾아와”…유가족들 ‘분통’

2022년 9월 29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백화점은 전날부터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 유가족들을 만나 피해보상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협력업체 직원 A씨(65)의 유가족 B씨는 "전날 현대백화점 관계자가 손해배상액 계산표를 들고 장례식장을 찾아와 합의를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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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현대백화점 측 합의안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유가족에게 사고시연령과 기대여명, 월수입 등을 고려해 저마다 다른 손해배상액을 책정해 제시했습니다. 

 

예컨대 올해 나이가 65세인 A씨의 경우 기대여명은 18.63년, 월 수입은 310여만원으로 계산해 재산손해액을 산정하고, 위자료를 1억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여기에 상당액의 위로금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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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갑자기 장례식장을 찾아와 우리가 드릴 수 있는 보상금은 이 정도 수준이 최대이니 빨리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다"며 "조문객을 받고, 마음을 추스르기도 벅찬 유가족들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 사흘째인 28일 오후 현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아웃렛 직원들에게 건강음료를 배달하던 풀무원 테크노오피스 직원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 사흘째인 28일 오후 현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아웃렛 직원들에게 건강음료를 배달하던 풀무원 테크노오피스 직원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백화점 측이 유가족과의 피해보상 합의를 서두르는 것은 날로 커지는 사고 관련 논란을 빠르게 잠재우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 1층에선 지난 25일 오전 대형 화재가 발생해 환경미화·시설관리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경찰 등이 화재 원인과 소방설비 작동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에게 합의안을 제시한 현대백화점 장 모 상무는 "보상 문제에 대해 최대한 성의를 보이기 위해 찾아뵌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소식에 누리꾼들은 "장례식장에 조문간것도 아니고 사인하라고 들이미는건 어떤놈 머리속에서 나온거냐 참" ,"장례식에 사람 목숨 값 흥정하러 가는 건가? " ,"변호사 선임하고 사장 구속되기 전에 빨리 합의하고 싶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데"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가려고 열심히 일했나" 현대아울렛 화재 유족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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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로 숨진 채모(35) 씨의 빈소에는 적막만 감돌았습니다. 새벽 일찍 일하러 갔던 아들의 얼굴을 확인한 아버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가족 중 가장 먼저 경찰로부터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넋을 놓은 듯 몇 시간째 멍하니 허공만 쳐다봤습니다.

채씨 누나는 "엄마가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아서 말씀을 못 하신다"며 "동생과는 따로 살고 동생이 워낙 바빠 평소 연락이 잘 안 됐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황망하기만 하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채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백화점 주차요원, 각종 마트 아르바이트에 택배 상하차, 운전기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채씨 아버지(67)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돈 벌어서 컴퓨터 그래픽디자인 쪽 진로를 찾는 게 꿈이었던 아들이 대전시내 마트라는 마트는 다 거쳤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병원에서 아들을 보는데 팔과 어깨가 잔뜩 응크러져 있었다"며 "내 아들이 이렇게 가려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건 아닐 텐데,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던 건 아닐 건데…"라며 오열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본 채씨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친척들도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채씨 고모 등 유가족들은 "조카가 잠도 못 잘 만큼 일이 힘들어서 곧 그만두고 싶다고 했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면서 "불이 나기 전에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 뉴스를 보고 '잘 나왔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억울해서 어떡하냐"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날 대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50대 이모 씨의 아내는 연신 울면서 "내가 (남편을) 일찍 출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며 본인을 탓했습니다.

빠져나오지 못한 동료 찾아 헤매던 직원들… 주검으로 만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7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스 1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7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스 1

앞서 이날 화재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그는 끝내 남편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현대아울렛에서 2년 넘게 근무했다는 이씨는 여느 때와 같이 출근했지만, 화마에 휩싸인 채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남편이 늦게 출근하는 날도 있었는데 하필 일찍 출근한 오늘 이렇게 됐다"면서 "불이 나서 죽는 것이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지, 제가 이런 일을 당하니까 허무하다"고 울먹였습니다.

한편, 이날 종일 화재 현장 밖에서 실종된 동료를 찾던 물류업체 직원도 결국 30대 후배를 주검으로 만나야 했습니다.

그는 "30초 사이에 지하 1층에 연기가 가득 차 하역장 옆에 있는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나오던 중 뒤따라오던 후배가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잠깐 머뭇거렸다"며 "잘 빠져나왔을 거로 생각했는데 나와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날 사망한 직원들은 모두 시설과 쓰레기처리, 미화 등 업무를 담당하던 도급 근로자와 외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백화점 개장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업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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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인해 환경미화·시설관리 직원 등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과 소방 등에서 현장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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