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수십억 사기범에 실형 선고하며 기준 제시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코인을 상장한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가상화폐 사기 범죄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새로이 제시한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블록체인 기반 웹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홍보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는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하면 최대 100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그가 이렇게 챙긴 돈은 약 30억 원에 달하지만, A씨는 투자자들을 속인 적이 없고 정상적 사업을 추진하던 중 외부 사정 탓에 수익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단순히 '실패한 사업가'인지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뜯어낸 '사기꾼'인지 판별하기 위한 기준으로 ▲ 발행인과 백서의 부실 ▲ 허위의 공시 ▲ 불공정 거래 유인을 제시했다.
발행인의 실체가 불명확하거나 초기 투자 결정의 중요한 판단 근거인 '백서'에 중요사항을 적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는 경우, 시황이나 사업성에 대해 허위 공시·공지를 한 경우, 시세 조종 등을 빌미로 고수익을 제시해 투자를 유인할 경우 정상적 사업이 아닌 사기 범죄로 평가할만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A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에게 충분한 자금력이나 사업 수완이 없었고, 백서에 기재한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또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투자금 대부분을 돌려막기식으로 사용한 점, 시세조종을 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점도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가상화폐·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관련해 사기죄 성립 판단 기준을 상세히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water@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