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탄소 배출권 거래 컨소시엄

한반도 탄소 배출권 거래 컨소시엄

연합뉴스 2022-10-01 10:30:02 신고

3줄요약

담대하고 실현 가능한 시도인가?

북한 문덕 철새보호구 북한 문덕 철새보호구

북한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등 외국 파트너들의 도움을 받아 2017년 습지 보전을 위한 람사르협약에 가입했다. 북한 문덕 철새보호구. [EAAFP 제공=연합뉴스]

최근 많이 논의되고, 연합뉴스의 월간지 '마이더스'에서도 다뤘던 주제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것을 '담대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제대로 된 구상'인지에 관해 의문을 품고 있는 동시에 그 실행 방안도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가능성이 '그린 데탕트'다. 이 개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 통일연구원에서 고안한 것으로, 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그 중요성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활발한 '녹색' 움직임

올해 9월 초 통일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2022년 한반도 국제 평화포럼'에서 다룬 주제들의 약 4분의 1이 조림이나 자연보호, 농업, 기후변화 등과 같은 '녹색' 테마들이었다. 그 이유는 지난 수년간 북한이 이 분야에서 매우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은 독일의 한스자이델재단과 같은 외국 파트너들의 도움을 받아 2017년에는 습지 보전을 위한 람사르협약에 가입했으며, 2018년에는 아시아 지역의 철새 보호를 위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회원이 됐다.

이 밖에도 북한은 기후보전을 위한 파리협약에 서명했으며,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꽤 지속적으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과 같은 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이 분야에서의 협력은 국제 제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는 차별성이 존재한다. 물론 환경 분야의 긴장 완화 정책만을 논의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으며, 직접 교류를 위한 모든 시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금강산 산림 방제와 같은 내용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 시도는 늘 실패로 돌아갔다.

연기 피어오르는 개성공단 연기 피어오르는 개성공단

2011년 12월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공장의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현태 연합뉴스 기자 mtkht@yna.co.kr

◇남북한 탄소 협력

남북 교류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지만 향후 커다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분야가 탄소 배출권 거래 프로젝트 관련 협력이다. 북한은 이미 2008년부터 국제기후협약의 틀 안에서 운영되는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 체제에 따라 예를 들면 화석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거나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증을 받아 소위 탄소 인증 감축량(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이 발생하면,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과 같은 국제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북한이 해당 주제에 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 즈음 이산화탄소 1t의 가격은 거의 20유로에 달해 매우 높았다. 하지만 그 후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그러다가 2014년 북한이 6기의 수력 발전소(기당 최대 20MW급의 소규모 수력 발전소)를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성공적으로 등록했을 당시에는 배출권 판매의 의미가 없어졌는데, 인증 비용이 판매 가격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후 배출권 가격은 인상됐다. 그러나 이때는 북한에 대한 제재로 인해 배출권 판매를 할 수 없게 됐고, 이러한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북한 금야강2호발전소 북한 금야강2호발전소

북한은 2010년부터 수력발전소 건설에 힘을 기울였으며,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청정개발체제(CDM) 프로젝트에 등록했다. 북한 금야강2호발전소. 조선중앙통신_연합뉴스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탄소 협력 가능성과 이점

그렇다면 이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은 어떠할까? 한국은 자체적으로 배출권 거래 시스템(KETS)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전체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그 규모 또한 세계적으로 유럽연합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고 기술이 이미 많이 발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와 달리 북한은 기술 발전 정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간단한 필터 설치 등의 방식이 그에 해당한다.

한국은 탄소 배출 저감 인증을 위한 자체 기준을 갖고 있으며, 북한이 현재의 '닫힌 문'을 다시 여는 경우 해당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북한에서 사업을 실시해 글로벌 업체들을 통한 인증 절차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거래 시장에서 탄소 배출권을 판매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예를 들어 신재생 에너지 시설이 늘어날 수 있고, 평양의 화력 발전소 시설 현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심각한 에너지 손실률이 줄어들고, 하수 및 폐기물 처리나 재생 에너지와 광산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환경 개선과 더불어 해당 프로젝트 관련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임금 지급 등과 같은 구체적인 경제적 장점들도 발생한다. 하지만 큰 액수의 돈을 북한 당국에 직접 지불하는 구조가 아니라 프로젝트 개발 주체들에게 돈이 지급된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이 될 확률이 높은데, 북한이 현재 한국과 직접적인 관계 맺기를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은 남북 관계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미미하겠지만 사업 진행과 함께 북한 사정에 관한 많은 정보가 알려질 것이고, 한반도 상황이 개선됨으로써 결국은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북 관계가 나아진다면 한국 기업들도 프로젝트 개발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다.

북한 식수절 북한 식수절

북한은 최근 수년간 환경정책, 특히 조림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지난해 식수절(3월 2일·남한의 식목일)을 맞아 나무심기에 나선 북한 주민들. 조선중앙통신_연합뉴스

◇필요한 정치적 협의

현재 대북 제재가 발효 중인 상황에서 모든 프로젝트는 유엔 차원의 제재 제외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 및 해당 프로젝트들과 관련해 사전에 가능한 정치적 협의를 진행한다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물론 북한과 함께 하는 모든 형태의 협력은 북한 정권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의 역할로 인해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위에서 말한 수력발전소 건설이나 광산에서의 탄소 포집, 하수 정화 등과 같은 환경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편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커다란 외부 자본이 북한 정권에 유입되지 않고 가시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북한에서의 프로젝트 개발과 한국에서의 배출권 판매를 확연히 구분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남북 간에 탄소 배출권 거래를 위한 본격적인 컨소시엄 구성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예를 들어 북한의 관련 공무원이나 기술자들을 위한 교육 및 훈련과 같은 순수 기술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수행도 가능해질 것이다.

◇남한의 '초당적인' 대북 정책

이는 실현 가능한 구상일까?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과감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를 위해 중요한 법률 개정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여야가 함께 힘을 합쳐야만 가능하다. 또 현 정부가 밝힌 대로 '초당적인' 대북 정책의 토대가 만들어져야만 한다.

현 정부가 앞으로 남은 4년여 동안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이어달리기'가 필요하다. 즉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속성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대북 정책의 구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실행을 통해 비로소 윤석열 정부는 진정으로 '담대한 구상'을 세웠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킬대학교 경제학 박사 | 1998~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학대학원 전임강사 | 2004~2006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 현재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독일 비텐·헤르덱케대학교 객원교수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제공]

옮긴이: 김영수(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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