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로맨티스트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

엘르 2022-10-02 00:10:00 신고


한창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때보다 머리가 많이 길었네요. 새 작품 〈비의도적 연애담〉 때문일까요
맞아요. 제가 맡은 윤태준이라는 인물은 장발이 매력적인 친구라서요. 최근 촬영을 시작했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2018년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원작 웹툰이 뜨겁게 사랑받은 적 있죠. 출연을 결심하기 전, 어떤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나요
싱크로율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했어요. 장의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연출과 연기 모두 최대한 원작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천재 도예가라는 설정을 위해 도자기도 열심히 배우면서요. 넓적한 접시에서 시작해 최근 컵이랑 화분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제 성향과 잘 맞아서 취미로 이어가도 좋을 것 같아요.

코트는 Polo Ralph Lauren. 레이어드한 카디건은 032c.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와 블랙 슈즈는 모두 Dolce amp; 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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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준을 연기하며 고심한 지점은
태준이가 이제껏 연기해 보지 않은 섬세한 감수성의 소유자라 눈빛부터 호흡과 손짓, 화면에 비치는 각도까지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어요.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결핍까지 더해진 인물이라 예민한 면을 갖고 있는데, 그렇다고 감정 기복이 심한 건 아니거든요. 작은 뉘앙스가 중요할 것 같아요.

상대 배역인 지원영으로 등장하는 공찬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처음 만난 날 곧바로 대본 리딩을 했는데, 찬이와 원영이의 싱크로율이 정말 높아서 깜짝 놀란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연구를 많이 했더라고요. 평소 친구들한테 자주 연락하는 편인데 찬이와도 카톡을 주고받으며 많이 가까워졌죠. 감독님이 추천해 준 레퍼런스를 보고 서로 피드백을 나누기도 하면서요. 요즘은 찬이를 ‘차니차니’라고 부르며 지내요(웃음).

코트는 Polo Ralph Lauren. 레이어드한 카디건은 032c.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와 블랙 슈즈는 모두 Dolce amp; Gabbana.


코트는 Polo Ralph Lauren. 레이어드한 카디건은 032c.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와 블랙 슈즈는 모두 Dolce amp; Gabbana.


서로 친구이자 연인인 네 남자의 ‘케미’가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죠. 도우, 원태민 배우까지 다들 많이 가까워졌나요
전체 대본 리딩 전에 저희끼리 서너 번 만났어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유명해진 제 홈 바 ‘남영관’에서요(웃음). 분식과 약간의 알코올을 곁들인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대본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니 확 가까워지더라고요.

이번 작품으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올해 데뷔 10년 차인데 ‘믿고 보는 배우’란 말을 듣고 싶어요. 실제 모습은 조금 서툴고 엉성하지만 연기할 때는 프로다운 모습이 빛났으면 좋겠거든요.

〈왜그래 풍상씨〉의 이외상과 〈두 번째 남편〉의 윤재민처럼 사랑 앞에 뜨겁게 타오르는 순정남을 자주 연기해 온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런 사람인가요
일이든 사랑이든 목표가 생기면 직진하는 편은 맞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데 제 인생 영화가 장진 감독님의 〈아는 여자〉예요. 정재영 · 이나영 선배님이 연기하는 두 인물 사이에서 무심한 듯 사랑이 마구마구 피어오르는 데 그게 너무 사랑스럽죠. 사랑이 많은 캐릭터에 마음이 가고, 저 역시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코트는 Polo Ralph Lauren. 레이어드한 카디건은 032c.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와 블랙 슈즈는 모두 Dolce amp; 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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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케미’요. 좋은 호흡을 위해 상대 배우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평소 어떤 생각으로 연기하는지, 실제로 어떤 가치관과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쌓았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결국 관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데뷔 9년 차에 〈두 번째 남편〉으로 ‘2021 MBC 연기대상 일일 연속극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습니다. 남다른 의미가 있을지
그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 탓에 현장의 소중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어요. 〈두 번째 남편〉은 (엄)현경 누나와 (우)찬혁 형을 비롯한 여러 출연진과 깊게 소통하며 촬영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

특히 어머니들의 애정을 듬뿍 받아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
제가 친구가 많아요. 드라마가 한창 방영 중일 때는 친구 어머니마다 밥 한번 먹으러 오라고들 하시니 ‘당장 망해도 두세 달은 거뜬히 버티겠구나’ 싶어 든든하더라고요. 한편으로 미래의 장모님께 미리 점수 땄다는 생각도 스치듯이 했고요(웃음).

부클레 니트 톱은 Isabel Marant Homme. 화이트 코튼 팬츠는 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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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상 소감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 저를 선택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처럼 보이는데 남모를 고충이 있었구나 싶었죠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20대 내내 정말 작은 기회라도 움켜쥐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아무런 수확 없이 시간만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항상 ‘사람’이 남아 있더라고요. 힘들 때 위로를 건넨 친구들과 저를 믿고 기회를 준 제작진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듯이 저도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한 말이었어요.

부산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모범생이 어쩌다 배우를 꿈꾸게 됐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청소년극단 공연을 봤는데 전부 제 또래인 걸 보고 나라고 못할 것 없겠다 싶었죠. 두 달 정도 극단 스태프로 일하다가 부모님께 걸려 바로 집으로 끌려갔지만요(웃음). 그러다 스무 살 되는 시점에 서울의 한 극단에서 한 달 정도 연기를 배웠어요. 당시 선배들한테 “이 일이라면 배고파도 괜찮을 것 같다”고 패기 있게 말할 정도로 연기에 푹 빠졌죠. 이후 배고파도 괜찮지 않은 순간들이 찾아오긴 했지만(웃음), 그래도 제 선택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후 울산에서 다니던 대학교를 중퇴하고 상경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연기에 뛰어들었는데요, 남다른 행동력의 비결은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았다고 하면 사람들은 무모한 행동파를 떠올리는데, 사실 저만의 기준은 확실해요. ‘1년 안에 아무런 성과가 없을 땐 그만둔다’는 식이죠. 연기는 딱 10년을 바라보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10년 가까이 하니 상도 받고 기회도 많아지더라고요.

블랙 재킷은 Dolce amp; Gabbana. 화이트 데님 쇼츠는 Polo Ralph Lauren. 슬리브리스 톱과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치는 Rolex by Beantique. 실버 링은 Scalettoblack.


블랙 재킷은 Dolce amp; Gabbana. 화이트 데님 쇼츠는 Polo Ralph Lauren. 슬리브리스 톱과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워치는 Rolex by Beantique. 실버 링은 Scalettoblack.


데뷔작이 〈상속자들〉이었죠. 그땐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는지 기억하나요
사실 그때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긴장감이 정말 극에 달한 상태였거든요. 나중에 방송 보고 나서 ‘저때 저렇게 연기했구나’ 하고 알았어요.

그럼에도 계속 힘을 낼 수 있는 지표가 된 순간이 있었을까요
JYP 연습생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갔던 것(웃음)?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큰 용기가 됐어요. 연기를 계속해도 좋다는 계시처럼 느껴졌죠.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았던 〈왜그래 풍상씨〉도 잊을 수 없어요. 유준상, 오지호, 전혜빈, 이시영…. 수많은 선배님을 믿고 정말 많이 도전하고 부딪칠 수 있었던 환경이었거든요. 시청률까지 잘 나와서 정말 뿌듯했고요.

영화 〈헤어질 결심〉에 ‘밤꽃 류선생’으로 출연한 사연도 궁금합니다(웃음)
그 또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거머쥔 기회랍니다(웃음). 제가 박해일 선배님의 엄청난 팬이기도 하고요. 분명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았어요.

상반기 내내 〈나 혼자 산다〉로 보여준 일상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죠. 화면 속 자신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쟤는 누구지(웃음)? 저기서 왜 저러고 있지? 작품 속 인물이 아닌 인간 차서원으로 나서는 건 아직 많이 부끄러운데,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대견해요.

난방도 안 되는 집에서 직접 등유를 길어 나르며 살고, 홀로 여행을 떠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모습들이 청춘 예찬론자처럼 비치기도 했어요
사실 낭만을 좇으며 산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왔을 뿐. 남들보다 오래된 노래를 조금 더 즐겨 듣고, 필름카메라를 좋아하는 감성을 갖고 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 모습에 낭만이란 단어를 붙여주더라고요. 전 그 단어를 선물받았다고 생각해요. 낭만과 청춘. 그런 좋은 단어를 선물받아 올해는 더 좋은 사람으로, 더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죠.

블랙 코트와 셔츠, 화이트 터틀넥 톱, 팬츠, 앵클부츠는 모두 Prada.


블랙 코트와 셔츠, 화이트 터틀넥 톱, 팬츠, 앵클부츠는 모두 Prada.


덕분에 오석준의 ‘내일일기’, Girl의 ‘아스피린’, 불독맨션의 ‘좋아요~’ 같은 명곡도 알게 됐어요.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한다면
어깨가 무거워지는데….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추천하겠습니다. 밤 산책을 하거나 자기 전처럼 고요한 순간에 귀 기울여보세요.

최근 충만한 행복을 느낀 순간은
거의 10년째 이끌고 있는 ‘꿈꾸는 카메라’라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봉사자들과 아이들을 포함해 열댓 명이 함께 통영 연화도라는 섬에 다녀왔어요.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데 그때 그 풍경이 평생 가슴에 남을 것 같아요. ‘잘 살고 있구나’라는 확신은 항상 그렇게 사소한 순간에 찾아오더라고요. 나답게 살아가고 있음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바로 그 순간이요.


피쳐 에디터 류가영 사진 신선혜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선영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하준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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