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잘나가던 HDC현산에 대체 무슨 일이

[심층분석] 잘나가던 HDC현산에 대체 무슨 일이

데일리임팩트 2022-10-04 15:32:15 신고

3줄요약
김회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CFO). 제공 : HDC현대산업개발
김회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CFO). 제공 : HDC현대산업개발

[데일리임팩트 김종수 기자] 작년과 올해초 광주 공사현장 연쇄사고로 큰 타격을 입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신용등급이 결국 강등되면서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추가 연쇄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지난달 30일 현산과 지주사 HDC의 장기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A로 한단계씩 하향조정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부여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광주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청문을 실시했으나 현산측의 요청과 주재자의 의견을 반영, 추가청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안으로 예상되었던 화정동 붕괴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시점은 수개월 정도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신평은 원래 행정처분 시점에 두 회사의 신용도를 재검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정처분이 연기되자 현재 시점까지의 사업적 재무적 위험변동을 고려, 이같이 신용등급을 강등조치했다.

◆재무부담 증가 속 공사 수주 감소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현산은 기존의 피해 외에 또다른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현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산의 각종 차입금 및 무보증사채와 관련해 재무비율 유지, 담보권 설정제한 및 자산매각 한도, 회사의 신용등급이 특정 신용등급 이하로 강등 등의 특정 사유 발생 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거나, 채권자가 조기상환권을 청구할 수 있는 약정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한이익 상실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 등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현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약정들이 달려있는 차입금 및 사채 대상금액은 지난 6월말 현재 1조6272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회사채 등급하락과 관련된 금액이 4612억원, 중요한 영업에 대한 감독관청의 정지 또는 취소 처분 관련금액이 6900억원, 본 사채 이외의 사채에 대한 기한의 이익 상실 관련금액이 2200억원, 기업여신 표준약관에 따라, 회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신용이 악화되거나 담보물의 가액 감소가 현저한 경우 채권보전을 위한 차입처의 청구에 의해 그 원상회복 및 담보의 보충을 할 의무를 지니는 경우가 9372억원에 각각 달한다.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해서 당장 위의 모든 금액에 대해 만기전 회수나 조기상환권이 행사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별 계약내용에 따라 당장 이달부터 부분적인 추가피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의 최종 처분이 결정되면 조기상환 요구가 더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

나신평은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로,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와 화정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등 2건의 연쇄사고 이후 사업경쟁력이 저하됐다고 봤다.

특히 화정 현장공사 손실 반영으로 영업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진 점,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차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확대되는 등 재무부담이 증가한 점, 최종 처분수위에 따른 사업경쟁력 저하정도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꼽았다.

 HDC현산의 공사종류별 수주잔고추이
HDC현산의 공사종류별 수주잔고추이

나신평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현산은 1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를 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에서 도급계약이 연쇄 해지되면서 수주잔고는 작년 말 33.6조원에서 지난 6월말 31.0조원으로, 6개월만에 2조6천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외주 주택 수주잔고도 20조887억원에서 18조8769억원으로 감소했다.

현산 공시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서도 기존에 공사중이던 공사계약의 해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28일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지구 재개발정비사업(해지금액 3906억원), 8월30일 시티오씨엘 5단지 민간임대 신축공사(2893억원) 등 규모가 큰 공사계약도 연이어 중도해지됐다.

현산은 이 2건의 도급계약 해지에 대해 법률검토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신규 수주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7월21일 1918억원 규모의 군산호수공원 2차 아이파크신축공사 수주, 8월23일 대구 우방범어타운2차 재건축공사 도급계약(공사규모 1379억원), 9월29일 3307억원 규모의 서울 용두1구역6지구 공공재개발사업 수주 등이다.

그러나 계속 늘어오던 토목공사 수주 잔고마저 작년말 1조9094억원에서 지난 6월말 1조8287억원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점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연쇄사고의 부정적 여파가 토목공사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광주 화정 현장아파트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하는 바람에 여기에서만 작년 1755억원, 올해 상반기 1623억원 등 지금까지 3377억원의 손실이 장부에 이미 반영됐다. 이 손실은 앞으로도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말 현재 공사손실충당부채 805억원과 기타충당부채 750억원도 계상중이다. 이로인한 올 상반기 충당부채 전입액이 1627억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미래에 지급해야할 의무가 있는 비용지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기타 영업외비용도 작년 상반기 83억원에서 올 상반기 201억원으로 급증했다.

화정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는 재시공이 완료될 때까지 2630억원의 주거비도 지원된다. 70개월로 추정되는 재시공 준공 예상기간 동안의 금융비용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손실과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현산의 EBIT(이자,세금 반영전 이익)/매출액 비율은 2020년 16.0%에 달하던 것이 21년 8.1%, 22년 상반기 -1.7%로 크게 떨어졌다. 올들어서는 적자로까지 떨어졌다.

현산은 또 화정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이후 현산이 자금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를 제공한 PF유동화증권의 차환 위험이 대두하자, 우발채무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일부 사업장 계약해지, PF유동화증권 만기시 대여금 전환, 토지 담보대출로 상환 등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PF유동화증권 규모는 작년말 2조7292억원에서 지난 6월말 1조8183억원으로 9109억원 줄었다. 대신 같은 기간 현산의 장단기 차입금은 1조8021억원에서 2조4326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하반기 들어서도 7월21일 17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차입을 공시했다. 차입목적은 유동성 확보. 현산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1040억원으로 더 늘어난다.

현산의 종속기업들을 제외한 현산 혼자만의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은 작년말 6072억원에서 지난 6월말 9340억원으로, 6개월만에 3268억원이나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도 963억원에서 3623억원으로, 2660억원이나 큰폭 증가했다.

차입부채가 적고 탄탄하기로 유명했던 현산의 장단기 차입금이 올 상반기 6개월 동안에만 5928억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9월말까지 늘어난 차입금은 7700억원에 가깝다.

사업비 대여금 등의 규모도 지난 6월말 1조4117억원으로, 작년말 8259억원에 비해 6개월 사이에 5858억원이나 늘어났다.

◆주택경기 침체 등도 사업·재무적 위험요인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현장 철거건물 붕괴사고 부실시공 혐의와 관련해서는 영업정지 8개월의 처분이 결정됐다. 하지만 집행정지 결정으로 현재 효력은 정지된 상태이고, 1심 본안소송이 계속 진행중이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혐의로 받은 영업정지처분은 현산측 요청으로 과징금 4억원으로 대체됐다.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 현산은 지난 4월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의 처분사전통지를 받았다. 이번에 최종 행정처분이 일단 연기되었지만 행정처분의 강도는 예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행정처분의 결과 회사의 책임범위가 넓게 인정되는 경우 신규수주가 위축되고 브랜드 경쟁력이 더 저하될 것으로 나신평은 예상했다.

나신평은 “장기간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로감, 강화된 대출규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경기의 불확실성 및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최근 주택경기가 저하되고 있는 것도 매출의 70% 이상이 주택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산에게는 추가 악재”라고 설명했다.

현산은 연쇄사고의 책임을 물어 유병규, 정익희, 하원기 3인 각자 대표이사 중 중도사임한 유병규 하원기 대표이사의 사표를 지난 7월 수리하고 최익훈 현산 부사장과 김회언 현산 경영기획본부장을 새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HDC현산 건설사고 행정처분 경과
HDC현산 건설사고 행정처분 경과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