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 중 추정손실 57%
취약 차주 리스크 관리 '비상등'

국내 최대 카드사인 신한카드가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아예 회수를 기대할 수 없는 악성 여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서 해당 비중이 50%를 넘는 유일한 사례로, 그 만큼 신한카드가 건전성이 나쁜 여신을 많이 품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에 잠재된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카드업계의 부실채권 리스크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 8개 카드사가 보유한 고정이하여신 1조1591억원 가운데 36.2%인 4201억원은 추정손실 채권으로 평가됐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사례를 통칭하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빌려준 돈인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하위 세 단계에 속하는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그 중에서도 추정손실은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여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 분류 중 최하 단계에 속한다. 상환 불능으로 판명된 만큼, 금융사는 해당 액수 전액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한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에서 추정손실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7.2%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 카드사의 해당 비율은 ▲우리카드 39.6% ▲하나카드 33.4% ▲현대카드 32.3% ▲삼성카드 27.5% ▲KB국민카드 25.2% ▲롯데카드 23.8% ▲BC카드 4.8% 순이었다.
액수로 놓고 봐도 신한카드의 추정손실 평가 여신이 1773억원으로 최대였다. 이어 국민카드(606억원)·현대카드(557억원)·삼성카드(420억원)·롯데카드(340억원)·우리카드(322억원)·하나카드(182억원)·BC카드(2억원) 순으로 관련 금액 규모가 컸다.

문제는 앞으로 여신 건전성이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대출 상환에 곤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7월에는 역대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후 0%대까지 떨어졌던 한은 기준금리는 단숨에 2.50%까지 올라섰다. 그런데 이번 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세 번 연속으로 단행하면서 한은도 추가 빅스텝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취약 차주들이 많이 찾는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을 갖고 있는 카드사로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더욱 클 수 있다. 한은이 지난 달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오를 때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0.97%p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경우 비(非)취약차주의 연체율이 0.2%p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 위험이 다섯 배나 높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각보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여신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카드사 등 취약 차주 대출이 많은 제2금융권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이고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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