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10년·14조…지방소멸 못막은 '균형발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10년·14조…지방소멸 못막은 '균형발전'

이데일리 2022-10-06 04:3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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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전남 신안군은 지난달 섬살이 교육전문센터인 ‘로빈슨 크루소 대학’ 구축 사업으로 연간 1조원 규모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에 선정됐다. 신안군은 안좌면 자라분교와 압해읍 쌍용초등학교 폐교를 리모델링해 로빈슨 크루소 대학을 열고, 외부 유입 인구 대상 교육 및 정착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안군에 210억원(2022년 90억원, 2023년 12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안군이 섬살이를 기금 사업으로 정한 이유는 지난해 일부 섬지역 인구가 소폭 증가(122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들 주민에게 지급하고 있는 ‘태양광 배당금’의 영향이 크다는 게 신안군의 자체 분석이다. 신안군은 안좌·임자·증도면 등 섬 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하고 분기당 12만~51만원의 배당금을 주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올 7월 말 기준 신안군 내에서 전년동월 대비 인구가 늘어난 곳은 섬지역으로 △안좌면 92명(2723명→2815명) △안좌면자라출장소 7명(284명→291명) △자은면 3명(2292명→2295명) △압해읍 매화출장소 3명(228명→231명) △도촌면우이도출장소 2명(216명→218명) 등의 107명이다. 그러나 신안군 전체 인구는 3만 8170명으로 전년동월(3만 8614명) 대비 오히려 444명 감소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섬지역의 외부 인구 유입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예년(700명 가량)보다 군 전체 인구 감소폭이 줄어든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전남 신안군에서 섬지역 인구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한 태양광 배당금. (사진=신안군)
최근 10년간 특별교부세 약 10조 비수도권 배정…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

정부는 최근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씩 총 10조원을 투입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최초 배분하며, 지방 위기 극복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인구감소(89개)·관심지역(18개)에 최소 28억원에서 최대 210억원을 ‘나눠먹기식’ 배분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들이 신청한 기금 사업도 관광·축제·귀촌 지원 등 기존과의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3년에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고 약 20년간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며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왔다.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2021년) 우리나라 지방교부세 규모는 439조 742억원에 달한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간 재정력 격차 해소하고, 지방재정의 균형화를 위해 국세 중 일정액을 배정하는 예산이다. 이 중 특별교부세는 공공복지시설 신설 등 지자체 간 빈부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 기간 비수도권에 9조 7177억원(전체 75.3%)이 배정됐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국 10개 혁신도시 육성에 투입된 예산도 4조 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비수도권 인구는 전국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감소했다.

우리나라 인구(주민등록 기준)는 5073만 4284명(2011년말)에서 5163만 8809명(2021년말)으로 10년 새 90만 4525명 증가했다. 수치상 인구는 늘었지만,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이 기간 103만 4915명 증가(2498만 8368명→2602만 3283명)했지만, 비수도권은 오히려 13만 390명 감소(2574만 5916명→2561만 5526명)했다. 또 수도권 인구 비중도 전체 49.3%에서 50.4%로 늘어 집중 현상은 한층 심화됐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순이동자 수(전입자수―전출자 수)도 2020년 하반기엔 순유출로 전환됐다.

결국 지방소멸대응기금보다도 많은 14조원 이상을 지난 10년간 투입했지만,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방 인구 유출은 막지 못한 것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정부, 자치분권·균형발전 통합 추진…국민적 공감대 선행 필수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약 20년간 유지돼 온 국가균형발전 추진 체계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통합법률안)’을 마련해 재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합법률안을 오는 24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추진 체계가 분산돼 통합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또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하나로 묶는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사항 등에 대한 이행력을 강화,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전략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교육여건 개선·대기업 이전 등 ‘선택과 집중’에 필요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지원에는 누군가의 양보와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중앙정부나 정책 입안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국민에게 지방소멸의 정확한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당사자들이 감내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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