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낙태 경험 파고든 에르노, 국내 출간 작품은?[2022노벨문학상]

불륜·낙태 경험 파고든 에르노, 국내 출간 작품은?[2022노벨문학상]

이데일리 2022-10-07 03:10:00 신고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한 번도 쓴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올해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또다시 여성이었다. 지금까지 119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여성으로선 17번째이자, 2020년 루이즈 글릭(미국·시인) 이후 2년 만이다.

6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의 대표 작가 아니 에르노(82)는 계급·젠더 불균형을 예리하게 포착한 자전적 소설들로 매년 수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다.

에르노 문학의 핵심은 자전적 글쓰기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는 쓰지 않는다’는 집필 철칙으로도 유명하다. 말대로 그는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날것 그대로의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82)가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REUTERS/연합뉴스).
사회, 역사, 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지난 50년간 자전적이면서 사회학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은 때론 논란이 되는 문제작을 낳았다.

국내에서는 ‘사건’(민음사), ‘그들의 말 혹은 침묵’(민음사), ‘탐닉’(문학동네), ‘집착’(문학동네), ‘남자의 자리’(1984Books/일구팔사북스),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세월’(1984Books/일구팔사북스) 선집 ‘카사노바 호텔’(문학동네) 등 최근 3년간 15권이 번역 출간됐다. 문학동네, 민음사, 일구팔사북스 등 국내 굴지의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출간했다. 그만큼 국내 출판계는 물론 독자들도 주목하는 작가다. 비교적 짧은 글, 가공도, 은유도 없는 담담한 문체가 특징이다.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 소도시에서 소상인의 딸로 태어난 에르노는 부엌에서 몸을 씻고 변소를 청소하며 산 빈곤층 출신으로 학업으로 열등감을 보상받으려 했다. 루앙대학교 현대문학과 진학 후 중산층 엘리트 남편과 결혼하고 교직 생활을 하던 중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으로 등단했다. 1984년 ‘자전적·전기적·사회학적 글’이라 명명된 작품 ‘자리’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현대 프랑스 변천을 조망한 ‘세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등을 석권했다.

특히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는 프랑스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쾌거를 이뤘다. 갈리마르는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이 주로 묶인 시리즈로, 생존 작가가 편입된 것은 에르노가 처음이다. 2003년에는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국내 출간된 에르노의 에세이 ‘사건’(민음사)과 소설 ‘그들의 말 혹은 침묵’(민음사), ‘집착’(문학동네), ‘탐닉’(문학동네), 선집 ‘카사노바 호텔’(문학동네)의 책표지(사진=민음사·문학동네 제공).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작품도 있다. 2021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레벤느망’의 원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건’은 프랑스에서 낙태가 불법이던 1975년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끝내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잔혹한 방법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이다.

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단순한 열정’은 다니엘 아르비드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해 2020년 칸 국제영화제에 선보여지기도 했다. 유명작가이자 문학교수의 불륜이라는 선정성과 함께 에르노의 실제 불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출판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기면서 그해 최고의 화제작이 된 작품이다.

‘카사노바 호텔’에는 자전적 에세이인 표제작을 비롯해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죽음에 경의를 표하는 ‘슬픔’, 문학은 현실과 맞닿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문학과 정치’ 등 장르와 성격이 다른 12편이 실렸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에르노를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에르노는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라며 “그는 작품을 통해 젠더, 언어, 계급적 측면에서 첨예한 불균형으로 점철된 삶을 다각도에서 지속적으로 고찰, 길고도 고된 과정을 통해 작품세계를 개척해왔다”고 평했다.

에르노는 이날 스웨덴 공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이것이 제게 대단한 영광이라고 본다”면서 “그리고 동시에 내게 주어진 대단한 책임감”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사진=문학동네 제공).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