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닥친 경제③] 꺼지지 않는 ‘킹 달러’에 경제 흔들…당국 속수무책

[한파 닥친 경제③] 꺼지지 않는 ‘킹 달러’에 경제 흔들…당국 속수무책

데일리안 2022-10-07 06:30:00 신고

3줄요약

원·달러 환율 연중 1440원 기록

높은 환율 무역·경상수지 악재

정부 구두개입에도 효과 없어

“대내외 균형 무너진 복합 위기”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1.5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1.5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킹 달러(king dollar)’가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경기 부진에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4분기 수출은 2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 인상을 속도를 늦추지 않아 미국발 경기 폭풍을 우리 경제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연중 최고점인 1440원을 기록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하락하는 모습이나 여전히 1410원대를 웃돌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킹 달러 상황은 과거와 달리 무역수지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높으면 수입에는 부담을 주는 반면 수출에는 이익을 늘려 ‘효자 노릇’을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화폐 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 우리 돈(원화)이 특별한 경쟁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킹 달러 여파는 무역수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역수지란 총수입과 총수출 간 차이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6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더욱이 6월부터는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파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하반기 무역수지는 374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 이미 10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그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역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 적자다.

킹 달러는 경상수지도 흔들고 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여행·운송), 소득수지(배당·이자) 등으로 구성되는 데 한 국가가 무역과 해외 투자, 서비스 교육 등 모든 경제 영역을 통틀어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를 말한다. 무역수지도 경상수지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적자를 ‘위기’ 때만 경험했다. 1996년과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였고,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는 1~3분기만 적자였고 나머지 기간은 늘 흑자를 기록해 왔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는 우리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금융외환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해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금융외환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해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이런 경상수지 흑자 폭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경상수지 흑자는 10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77억1000만 달러에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상반기 계속 흑자였던 상품수지는 11억8000만 달러 적자로 떨어졌다.

경상수지 흑자는 8월에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오는 7일 발표 예정인 8월 경상수지가 적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미 예고한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위기를 타개할 묘책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여러 차례 구두개입을 했음에도 시장에는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위기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내놓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한국경제는 대내외 균형이 모두 무너진 복합 위기”라며 “1997년, 2008년 위기 당시에는 정치권과 민간 기업, 시민 모두가 위기라는 의식이 있어 빠르게 극복했다지만 지금은 아무도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아 또 다른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이 장기 저성장으로 들어가는 초입 상황인데, 정부와 여야 모두 대책을 세우지 않고 맨날 싸움질만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위기는 경제 위기이자, 정치 위기”라고 꼬집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무역수지 적자는 높은 수입물가가 촉발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 등 공급망 안정과 해외 유보 기업 자산의 국내 환류,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등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지적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위기 때는) 경상수지 적자가 수년간 누적되고 외화보유고도 바닥 수준으로 거의 없었다”며 “대외건전성 측면이나 실물 경제 상황도 지금과 판이하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게 비상경제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비상경제장관회의로 바꿨다. 왜 (정부가) 비상한 각오를 안 하고 위기의식이 없겠느냐”며 “지금도 굉장히 복합경제 위기기 때문에 대외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환율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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