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선] 어엿한 문화강국이 지녀야 할 ‘다문화 감수성’

[K-시선] 어엿한 문화강국이 지녀야 할 ‘다문화 감수성’

한류타임즈 2022-10-07 10:35:22 신고

3줄요약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방송인 샘 오취리가 방송을 중단하게 된 계기는 한 고등학교의 졸업사진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부터였다. 그는 얼굴에 검은색 칠을 한 고등학생들이 일명 아프리카 흑인의 장례문화를 따라 한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는데, 그 감정이 격해 오히려 대중의 비판을 받았다. 워낙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던 샘 오취리여서인지, 대중이 느낀 불편한 감정도 컸다. 그 사건 이후로 샘 오취리를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다. 

돌이켜보면 샘 오취리가 굳이 방송을 쉴 정도의 비판을 받을만한 사안은 아니었다. 동양과 아프리카 사이에 문화 차이가 큰 것을 해소하지 못하고 발생한 해프닝일 뿐이다. 국내에서는 타인을 따라 하는 이유를 호감이 있기 때문으로 여긴다. 지나친 희화화만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자신을 따라 하는 것을 대체로 반긴다. 고등학생들이 흑인 장례문화를 따라 한 이유가 ‘매력’이라는 걸 인지했다면 샘 오취리의 반응도 조금은 정제됐을 수 있다. 반대로 흑인들의 얼굴에 검은색을 칠하는 게 흑인 문화에서 금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면, 비판은 되려 고등학생들에게 향했을 수도 있다. 

샘 오취리 사건은 지나간 해프닝에 그칠지 모르지만, 이제 다른 문화권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이른바 K-콘텐츠를 발판으로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에서도 K-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아프리카에서도 뜨겁다고 알려졌다. ‘오징어 게임’ 뿐 아니라 대다수 넷플릭스 드라마가 공개만 되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BTS를 시작으로 각종 영화들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 초청될 뿐 아니라, 주요 상을 거머쥐고 있다. 콘텐츠 강국인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이러한 변화에 걸맞는 강자의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 콘텐츠 창작자들이 ‘다문화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약자의 실수는 적당히 넘어가게 되지만, 강자의 실수는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럽게 힘을 얻어서인지, 아직 국내 콘텐츠에는 타국 시청자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요소가 작품 내에서 드러난다.


최근 넷플릭스 ‘수리남’이 공개된 뒤 수리남 정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자국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묘사한 것이 부당하다는 게 골자였다. 수리남 정부는 제작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실제로 작품 속에선 수리남을 마약 범죄의 온상으로 그렸다. 군인은 물론 대통령이 마약범과 손을 잡고 장사를 했으며, 국민 대다수가 마약 유통과 접점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실제로 수리남이 코카인 생산 및 유통이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무관하게 수리남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 없는 묘사다. 

국내에서도 ‘수리남’ 제작진에 대한 평가가 나뉜다. 작품이 한 국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데 오히려 힘이 실린다. “방송을 방송으로만 보라”고 하기엔 ‘수리남’이 가진 정서가 현실을 기반으로 해서,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수리남 정부 주장의 타당성에 힘이 실린다. 

비단 ‘수리남’ 뿐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파키스탄 노동자인 알리 역할을 인도인인 아누팜 트리파티가 해서 파키스탄인들에게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쟁 중이고 오랜 종교 갈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국내에 대거 들어왔기 때문에 알리의 국가를 파키스탄으로 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캐스팅에 있어서는 더 면밀할 필요가 있었다. 

MBC ‘빅마우스’에서는 “‘똠양꿍’을 먹고 너를 낳았냐”는 대사로 인해 태국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으며, ‘별똥별’에서는 주인공이 봉사하러 가는 곳을 아프리카로만 명명해 아프리카 전체가 낙후된 지역으로만 그려졌다는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타국을 비하할 계획은 없었겠지만, 부주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도 콘텐츠 내에서 오랫동안 무시를 당해왔다. 우스꽝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배우가 적지 않았고, 한국인은 사기꾼이나 범죄자로 묘사됐다. ‘워킹데드’ 시리즈의 ‘글린’(스티븐 연 분) 이전까진 대체로 그랬다. 남한과 북한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에 우리나라 역시 미국 드라마에서 범죄자로만 묘사된다고 해 항의를 한 적도 있다. 

샘 오취리를 대신해 한국을 사랑하는 흑인의 포지션을 가진 게 콩고 출신 조나단 남매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고, 한국 역사를 깊이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누구나 조나단일 수 없다. 조나단과 같은 한국을 사랑하는 태도는 고맙게 여기면서, 그렇지 않은 외국인들도 포용할 줄 아는 존중이 있어야 한다. 너무 갑작스럽게 변화한 이 시점에 타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는 국내 창작자에겐 필수 덕목이다.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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