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 맡아…"임팩트 있는 역할"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인간이 아닌 '죽음'을 연기하려다 보니 연습 때마다 일부러 검은 옷만 입고 다니기도 했어요. 주변에서 매일 '장례식 가냐'고 물을 정도였죠."
배우 이해준이 뮤지컬 '엘리자벳'의 핵심 캐릭터인 '죽음'(토드)으로 무대에 섰다.
지난 8월 개막한 '엘리자벳'에 출연 중인 이해준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관객석에서 우러러보던 역할을 맡게 돼서 부담도 되지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해준은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이한 '엘리자벳'에 신선함을 더할 '뉴 캐스트'로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했다.
그는 기존의 '죽음' 역을 맡았던 배우들에게서 노하우를 얻는 동시에 정형화되지 않은 자신만의 '죽음'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보고 배우는 것과 캐릭터를 '이해준 화' 시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죠. 저만의 '죽음'을 만들기 위해 노래할 때 숨소리도 더 많이 섞어서 부르고, 인간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의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죽음을 의인화한 역할인 '죽음'은 주인공 엘리자벳에게 반해 평생 그의 곁을 맴돌며 자신에게 오라고 유혹한다.
무대 위에 서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캐릭터다.
이해준은 "노래나 춤 말고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정말 많은 임팩트 있는 캐릭터"라며 "동시에 잘못 표현하면 작품 전체를 망쳐버릴 수 있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데뷔 9년 차의 이해준은 앙상블부터 시작해 연극, 소극장 뮤지컬, 일일드라마 등 다양한 무대를 거쳐 성장해 온 배우다.
찾아주는 이가 없던 공백기도 겪은 그는 최근 1년 사이 5개의 작품에 출연하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최근 여러 군데에서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힘든 시기는 또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금 주어진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장르보다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공연의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티켓의 가격에 걸맞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돈을 내도 이 배우를 보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저를 본 관객들이 극장에 오는 순간만큼은 현실의 고민을 잊고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그게 가장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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