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사회 이사국 韓초유의 낙선…선거 과다출마로 교섭력 약화(종합)

인권이사회 이사국 韓초유의 낙선…선거 과다출마로 교섭력 약화(종합)

연합뉴스 2022-10-12 15:56: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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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北인권 소극적 영향' 지적에 "여러요소 복합작용…단언 어려워"

3대 유엔 이사국 동시 진출 노렸지만 불발…가치외교 이미지 '흠집'

유엔 인권이사회 (CG) 유엔 인권이사회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한국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한 것은 예년보다 많은 국제기구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지지 교섭력이 분산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에서 이날 치러진 유엔 인권이사회 2023∼2025년 이사국 선거 결과를 보면 한국은 이사국 출마를 선언한 6개 아시아 국가 중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5위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는 4위안에 들면 이사국 수임이 가능했지만 탈레반이 집권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낙선 결과표를 받아들게 된 것이다.

인권이사회와 함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2024∼25년), 인권이사회·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 (23∼25년) 등 3대 유엔 핵심 기구 동시 진출을 노렸던 외교부 입장에서는 이번 낙선이 뼈아플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 실패가 지난 2006년 인권이사회가 신설된 후 처음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지난 2006∼2008년, 2008∼2011년, 2013∼2015년, 2016∼2018년, 2020∼2022년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에 성공했다.

인권이사회는 규정상 3연임은 불가하기 때문에 2011∼2013년, 2018∼2020년 선거에 나가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입후보한 모든 선거에서 이사국에 진출했다.

정부는 이번 낙선 원인을 한국이 올해 유달리 많은 국제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선거 교섭력에 한계에 부딪혔고 이 때문에 인권이사회에서 충분한 지지표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해년도 국제기구 선거 출마 여부는 전년도에 외교부 2차관을 주재로 선거조정위원회를 열어 확정한다. 올해 한국은 중점선거 4개, 중요선거 6개, 일반선거 4개 등 14개의 국제기구 선거 출마를 준비했다.

2020년에는 11개, 2021년에는 10개의 선거에 입후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중점 선거 2개, 주요 선거 4개를 치렀고 10월에만 3개의 선거를 치렀다"며 "올해 치른 선거 중 13번째로 치른 인권이사회 선거는 올해 하반기에야 본격적으로 선거 교섭을 개시했는데 구조적으로 상반기에 인권이사회 선거에 전력을 쏟을 수 없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기구 선거 특성상 입후보 국가간 상호지지, 교환지지를 하는데 우리의 과도한 선거 입후보로 인해 상호 지지 가용표를 조기에 소진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경쟁국들은 소수의 선거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 인권이사회 선거를 준비해 지지 확보에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서 4년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는 등 북한 인권에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요소가 여러 방향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제기구 진출 성적이 좋았고 야심을 가졌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입후보) 하지 않았나 싶은데 선거 전략적으로는 이번 결과가 말해주듯이 부담만 초래한 거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자유, 인권 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서방이 주도하는 활동에 불만을 가진 개발도상국들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권이사회 내 서방과 개도국 간의 갈등은 이미 지난 6일 유엔 인권이사회 표결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 상황 관련 결정 당시 극명하게 노출된 바 있다.

당시 결정안은 47개 이사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 17개국이 찬성했으나 중국과 인도네시아, 네팔 등 19개국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찬성표를 던졌다. 말레이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11개국은 기권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알려진 후 유엔 헌장과 이상을 모범적으로 실천하지 않은 국가들이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선출되는 현재 선거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기구 선거 특성과 과도한 입후보라는 올해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새 정부가 자유, 인권, 법치 등에 기반한 '가치'라는 키워드를 외교 정책 전면에 내세웠던 만큼 이번 결과로 인한 이미지 흠집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엔 3대 핵심 기구 동시 진출을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올린 상황에서 다른 선거보다 인권이사회 선거 판세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 확보에 주력했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인권이사회 선거를 포함해 올해 중점 선거로 설정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CO) 이사국,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차장 선거 등 4개 가운데 ECOSCO를 제외한 3개 선거는 모두 낙선한 만큼 향후 더 세밀한 선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거 과다 입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의 교섭력을 저해한 측면이 있는만큼 이를 감안해 선거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결과와 무관하게 국제 사회와 협력하고,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과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다자외교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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