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에 ‘꽁꽁 언’ 대출심리…예‧적금 전성시대 ‘활짝’

빅스텝에 ‘꽁꽁 언’ 대출심리…예‧적금 전성시대 ‘활짝’

데일리임팩트 2022-10-14 10:36: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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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8월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한국은행의 사상 두 번째 빅스텝 이후, 연초부터 추세화되고 있는 대출심리의 위축과 예‧적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주들의 대출 상환, 그리고 수신(예‧적금)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등 기준금리 3%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가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연 3%에 도달한 가운데 은행권 여‧수신 부문에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계대출 감소세가 사상 두 번째 빅스텝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처음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로(0)금리 시대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금리인상 드라이브를 시작한 연초부터 이같은 기조는 하나의 흐름이자 추세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금리 인상 기조에 ‘대출↓-예‧적금↑’

실제로 연초부터 시작된 가계대출 감소세는 최근 들어 정점을 찍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1조원 이상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통계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9월 기준으로는 가장 큰 감소 폭 기록이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기타대출은 직전 두 간 0.75%p 오른 기준금리 및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의 여파로 전월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이 역시 통계작성 이후 9월 기준으로는 최대 감소 수준이다.

실제로 9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 금리는 상단 기준 6.8% 수준까지 치솟았다. 7월 말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평균 5%대 후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달 새 1%p가량 오른 셈이다.

특히 이번 10월 빅스텝이 신용대출 금리에 반영될 경우, 일부 상품에 따라 7% 중반까지 오를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가계대출 감소세와 더불어 연초부터 은행권 내 핵심 이슈 중 하나였던 ‘역머니무브’ 역시 9월에도 지속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중 국내 예금은행의 수신잔액은 전월 대비 27조7000억원 늘어난 36조4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정기예금의 경우, 전월 대비 32조5000억원이나 폭증하며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02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자금의 유입이 정기예금의 폭증으로 연결됐다”며 “이밖에 위험자산에서 이탈한 시중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권의 자금 유치 노력도 이러한 폭증에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포함한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2% 오르며 시장의 전망치(8.1%)를 웃돌았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고환율 등 대내외 변수를 감안하면 한은도 추가 빅스텝 등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첫 빅스텝 후폭풍, 다시 재현될까

이제 주목해볼 부분은 바로 지난 12일 단행된 빅스텝의 후폭풍이다. 그간 한국은행은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5~6%대를 지속하고 있는 물가상승률의 여파 속에서도 0.25%p를 초과하는 기준금리 인상에는 선을 그어왔다. 단기간 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자칫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6%대를 넘어서고 미국 연준의 긴축 압박이 지속되면서 한은도 결국 지난 7월 금통위를 통해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당시 기준금리 또한 1.75%에서 2.25%로 0.5%p 올랐다.

당시 빅스텝은 국내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급력을 가져왔다. 빅스텝이 단행된 7월 말 이후 한 달여간 국내 금융시장 내에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금통위 이후, 한 달여간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유입된 정기 예금 잔액은 6조5000억원 수준이다. 정기 적금 또한 6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특히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7월 빅스텝 전후로 본격화된 바 있다. 불안정한 주식시장에서의 투자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금을 은행에 묶어두고 싶지 않은 적극 투자자층이 채권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에 ‘7월 빅스텝’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6월 말을 기점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약 두 달간 개인 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는 5조9600억원에 달했다. 연초부터 8월 말까지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10조184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증가세다.

가계대출 감소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상 첫 빅스텝이 단행된 7월, 그리고 빅스텝 후폭풍이 시장에 드리웠던 8월에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총 3조5000억원 감소했다. 당시, 7월과 8월 대출 감소는 통계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월별 기준으로는 최초의 감소세 기록이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첫 빅스텝 당시에도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반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이 감소했다”라며 “특히 이번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3%까지 도달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출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은행권은 수신 금리 ‘일제히 인상’

현재 은행업계는 이번 빅스텝의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가피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건전성 리스크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지만,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 유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분을 적극 반영해 최대 1%p 수준의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일부 예금 상품은 이를 통해 연 4.9%(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우리은행), 연 4.6%(하나의 정기예금‧하나은행), 연 4.5%(쏠편한 정기예금‧신한은행)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하며 연 5%대 금리에 임박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또 한번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당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 연 6%에 임박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자 장사’ 논란은 은행권에 여전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은행권의 금리체계가 예·적금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 이에 기반한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상기에 자연스럽게 은행이 많은 이익을 취하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구조적 현상”이라면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볼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개선책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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