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신임 재무장관 “세금 올리고, 지출 줄여야”…정책 유턴 시사

英 신임 재무장관 “세금 올리고, 지출 줄여야”…정책 유턴 시사

이데일리 2022-10-16 12:23: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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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의 제레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이 증세 및 정부 재정지출 삭감을 예고했다.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에 명백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정책 ‘유턴’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제레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장관. (사진=AFP)


신임 英재무 “어려운 결정이지만…세금 올리고 지출 줄여야”

헌트 장관은 15일(현지시간) BBC방송, ITV 등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기대한 만큼 세금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며, 일부 세금은 올라야 할 것이다. 모든 정부 부처에 (재정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추가적인 효율성 절감 방안을 찾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재정 긴축으로 유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2010년과 같은 긴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솔직해져야 한다. (정부) 부채를 줄이려면 지출과 세금과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헌트 장관은 “영국은 위기에 빠져 있다. 지금 시장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이다. 재무장관이 시장을 통제할 순 없지만 세금과 지출 계획의 비용을 댈 수 있음을 보여줄 수는 있다”며 “재정지출 감축이 필요하다는 점과 관련해선 국민들에게 완전하게 솔직해지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헌트 장관의 취임 후 첫 공개 발언으로, 정책 유턴은 없어야 한다는 트러스 총리에 지시에 대해 따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헌트 장관은 트러스 총리가 감세안 백지화 기자회견에서 시인한 “시장 예상보다 너무 빨리, 너무 멀리 갔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기존 감세안에 부자 감세가 포함된 것,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재정전망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넘기기 위해 모두의 희생을 요구해야 하는 시점에 최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낮춘 것, 실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안심시키지 않은 채 계획을 발표하고 함부로 행동한 것은 잘못됐다”며 “방법이 옳지 않았고 그 때문에 내가 이 자리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성장 모순을 풀겠다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목표에 동의한다”며 오는 16일 트러스 총리를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재무부는 11월 23일 공개하려던 정부 중기 예산과 이에 대한 OBR의 중기 재정전망을 3주 이상 앞당겨 이달 31일 발표하기로 한 상황이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 (사진=AFP)


BOE 총재 “정책유턴 환영…금리인상 속도 올릴 것”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헌트 장관의 정책 유턴을 환영했다. 그는 헌트 장관과 전날 전화통화한 사실을 전하면서 “재정 지속가능성 및 이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으며, 명백하게 의견이 일치했다. 법인세 유턴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발표된 에너지 비용 지원과 오는 31일 공개되는 예산 영향 등을 모두 평가해 통화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베일리 총재는 영국 정부의 에너지 요금 동결이 단기적으로는 물가상승세 약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를 감세정책과 더불어 물가상승 압박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일리 총재는 또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더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행사에 참석해 “8월에 봤을 때 보다 물가상승 압력에 더 강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위해선 금리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장관 교체 ‘승부수’ 불구…“트러스 경질은 시간문제”

한편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최고 소득세율 45% 폐기를 철회한 데 이어 지난 14일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한 감세안을 백지화하겠다고 공표했다. 아울러 선거 캠프에서부터 경제정책을 함께 구상해 온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헌트 장관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헌트 장관은 당 대표 선거에서 트러스 총리와 경쟁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을 지지한 반대파 인사다.

콰텡 전 장관을 희생시키는 대신 반대파 중량급 인사를 끌어들여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당내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영국 현지 언론들은 보수당 내부에서 불신임투표 규정 변경을 통한 조기 총선 등 트러스 총리를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콰텡 전 장관은 자신을 경질함으로써 트러스 총리가 겨우 몇 주 정도의 시간을 더 얻었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며 전했다. 가디언은 트러스 총리가 실 한 가닥에 매달려있다고 평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취임 40일도 안돼 레임덕을 맞은 기록적으로 빠른 ‘좀비’ 총리가 됐다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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