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없으면 택시도 못 탄다…기사들 주말 개점휴업

카카오 없으면 택시도 못 탄다…기사들 주말 개점휴업

연합뉴스 2022-10-16 18:03:55 신고

3줄요약

"어제 오후부터 받은 콜 딱 1개"…운행 접고 일찍 퇴근하기도

"기사도 승객도 앱 하나에 종속"…서울 택시 100% 가입

카카오 택시 카카오 택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김윤철 기자 =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장사를 망쳤어요. 기사나 손님이나 카카오에 완전히 종속됐다는 걸 절감합니다."

15년 차 택시기사 강돈성(69)씨는 16일 "카카오 택시를 1년 반째 사용하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오류가 난 적은 처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오후부터 이틀째 이어진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카카오 계열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를 통한 호출에 크게 의존하는 기사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승객도, 기사도 앱을 쓰다보니 무작정 거리로 나서봐야 손님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심모(57)씨는 "UT 같은 앱도 있지만, 손님들이 제일 많이 쓰는 앱이 카카오 택시 아니냐. 이게 안 되면 기사들은 하루 영업을 공치는 거라고 보면 된다"며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낮 12시까지 콜을 딱 1개 받았다"고 말했다.

13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김모(67)씨는 "카카오 택시가 들어온 뒤부터 택시는 '잡아 타는' 게 아니라 '불러 타는'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앱 하나가 완전히 택시 시장을 쥐고 흔드는 바람에 택시는 손님을 못 찾고 손님은 택시를 못 찾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 앱 택시 앱

<<연합뉴스TV 캡처>>

토요일 오후 운행을 일찍 접고 퇴근한 기사들도 있었다.

광주에 사는 직장인 김모(26)씨는 전날 택시를 잡지 못해 서울 가는 기차를 놓칠 뻔했다. 그는 "택시가 많이 모여 있던 전남대 앞에서 물어보니 카카오택시가 안 돼서 영업을 중단하고 집으로 간 기사들도 많다더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택시 앱으로 콜을 받는 기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의 92.8%인 22만6천여 명에 달한다. 서울의 경우 7만1천여 명으로 가입률이 100%에 육박한다. 승객까지 포함한 앱 이용자는 3천만 명이 넘는다. 유료서비스인 프로멤버십을 이용하는 기사는 월 3만9천원을 카카오 측에 낸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에 대한 보상안을 추후 안내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도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대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17시간 30분가량 서비스가 안 됐다"며 "가맹 택시 기사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기에 피해 금액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택시 카카오 택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택시기사 사이에서는 카카오 측이 손해를 메워주는 게 당연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5년 차 택시기사 방모(56)씨는 "이 정도면 카카오에서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보상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없다. 과거 몇 시간이나 오류가 생겼을 때도 보상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평소 택시를 타려면 휴대전화부터 꺼내던 시민들도 발이 묶였다. 공급부족 등 이유로 계속되던 택시대란에 카카오가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병현(33)씨는 16일 "어젯밤 갑자기 헛구역질에 복통까지 일어나 급히 병원을 가야 했지만, 카카오 택시가 되지 않아 택시를 타기까지 20분이 넘게 걸렸다"며 "큰길까지 나갔는데도 대부분 택시가 '예약' 상태여서 겨우 오는 택시를 잡아탔다"고 말했다.

전날 관악구 신림동의 친구 집에 가려던 강모(29)씨는 카카오 택시가 잡히지 않자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길까지 잃었다고 했다.

강씨는 "워낙 복잡한 골목길에 있는 곳이라 편하게 택시를 이용하려 했는데 카카오 택시도 안 되고 오는 택시도 없었다"며 "버스에서 내린 뒤 주택가에서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맸다. 카카오맵까지 안 돼 더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종로구에서 용산구로 이동하려던 김모(28)씨도 "택시로는 10분 거리를 버스로 40분 걸려 도착했다"며 "앱 하나 안 된다고 해서 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허탈하다"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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