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만 있고 ‘사회적 책무‘는 없었다...카톡의 배신

'성장'만 있고 ‘사회적 책무‘는 없었다...카톡의 배신

데일리임팩트 2022-10-17 17:35:10 신고

3줄요약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 되면서 IT기업으로서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 되면서 IT기업으로서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단톡방의 알림이 사라졌다. 해방감은 잠시였을 뿐, 불편은 예상보다 더 컸다. 메시지는 물론이고 간편 결제, 송금, 자산 관리, 콘텐츠 감상, 택시 호출 등 일상의 모든 기능이 사실상 멈췄다. 그야말로 디지털 정전이다. 

지난 주말 발생한 카카오 불통사태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주요 서비스가 동시에 장애를 빚고, 사흘 가까이 장애가 지속되는 건 창립 이후 처음이다.

카카오는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을 싸늘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업의 본질을 망각한’ 카카오가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예상 못했다“ 수수께기 같은 해명만 

“저희가 예상하는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다.”

양현서 카카오 대외협력실장(부사장)은 지난 16일 카카오 불통사태에 대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비롯된 불가항력적 상황’임을 강조했다. 또 이중화(같은 데이터를 여러 곳에 복제해두는 것) 조치를 취했지만, 전원 공급이 차단된 가운데 서버를 증설, 트래픽을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완전 복구까지 지체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양 부사장의 발언으로 카카오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화재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라는 해명이 납득키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경기지역에서 통신 장애를 빚었듯이 화재는 디지털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카카오의 해명은 복기할수록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카카오는 4개의 센터에 모든 데이터를 분산·복제해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원이 차단된 서버의 수가 많았고, 서버 전체의 전원이 한꺼번에 차단되는 이례적 경우라고 항변했다. 

카카오의 주장대로라면, SK㈜ C&C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해도 서비스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졌어야 한다. 그러나 화재 한 번으로 모든 서비스가 멈췄다. 카카오가 실질적인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모든 서비스가 디지털로 이뤄지는 만큼, IT기업의 중요 자산은 데이터와 네트워크다. 해킹 등으로 보안 위협 상황이나, 지진, 테러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중요 데이터 유출·손실을 막고 끊김없이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여러 곳에 센터를 지어 서버를 분산하고 데이터를 복제하는 한편, 백업 사이트를 구축한다. 

때문에 카카오가 데이터를 분산·보관했더라도 실제로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해놨고, 긴급 대응 기능을 내재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대비하는 게 맞다”면서 ”카카오가 겉으로 보여지는, 형식적·절차적 체계에만 치중했다는 걸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책무’ 강조해놓고 기본은 외면

역설적이게도 카카오는 ‘사회적 책무‘를 항상 강조해왔다.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기존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에 일조했음을 부각시키곤 했다. 

기존 산업에 IT 기술을 접목해 플랫폼화 한 카카오는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8월 기준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340만여명, 시장 점유율은 85%에 이른다. 그리고 카카오톡에 다른 서비스를 얹으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화가 가능한 사업을 유료로 돌렸고, 돈이 될 만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국내외 19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거듭났다. 해외 매출 비중 또한 올 상반기 21.9%까지 늘었다. 

문제는 외형에만 치중했다는 점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체계는 없었다. 카카오에 정통한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각기 다른 계열사들과 협업하다 보면, (그룹 내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며 “전사 차원에서 성장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인데, 이 정도 그룹이 주먹구구식 경영에 급급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고 귀띔 했다. 

그렇다 보니, 새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기존 산업계와 마찰을 빚어왔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결국 철수했고, 대리운전 업체 추가 인수도 중단됐다. 

주주와의 약속 이행도 공염불로 그칠 판이다. 카카오는 당초 올 연말까지 국내 계열사 숫자를 100개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도리어 136개로 더 늘었다.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 중 3분의 2 가량은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카카오는 ICT 기술 고도화를 위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관련 투자에 돈을 쏟아 넣고 있다. 이용자 경험 개선을 위해서다. 그러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의무를 지닌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는 올해만 벌써 5번째다. 지난 2월에는 점심시간에 QR 체크인 서비스가 멈춰 이용자들이 곤란을 겪었다. 더욱이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를 꽤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2012년 LG CNS에서 발생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문제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ICT 기술로 먹고 사는 기업이 가장 기본적인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2013년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세운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네이버도 이번 화재 피해를 입었지만, 쇼핑, 스마트스토어 등 일부 서비스 장애를 수시간 만에 복구했다. 

다만 카카오가 불통 사태를 계기로 분골쇄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카카오 스스로 ‘우리는 옳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어서다. 이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신념과 무관치 않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선봉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카카오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마음가짐과 의지가 있는 회사라고 믿고 있다”며 카카오의 원칙과 사업 운영방식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회사를 향한 외부의 평가와는 정반대되는 태도인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수익을 올리는 만큼, 소비자 또는 이용자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는 게 기업의 책무“라며 “카카오가 사회적 책무를 늘 강조해왔는데, 정작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건 카카오가 외형 성장이나 수익 다각화 외에 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걸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품 품질 논라이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 갤럭시 사태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면서 “왜 카카오가 국민 밉상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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