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앞선다'더니 카타르에 완패...한국 축구 외교력의 민낯 [IS포커스]

'명분 앞선다'더니 카타르에 완패...한국 축구 외교력의 민낯 [IS포커스]

일간스포츠 2022-10-18 07:2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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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대한민국 유치 알림대사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9월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대한민국 유치 알림대사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가 63년 만의 아시안컵 유치에 도전했지만, 카타르에 밀려 꿈을 접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3년 AFC 아시안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정했다.  
 
한국은 1960년 아시안컵을 개최하고 우승한 이후 아직 아시안컵을 개최한 적도, 우승한 적도 없다. 63년 만의 개최와 함께 홈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던 한국은 개최권 확보에 총력전을 벌였으나 개최권을 카타르에 넘겨주고 말았다.   
 

한국이 가장 앞에 내세운 건 ‘명분’

 
당초 2023년 아시안컵은 중국이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올해 5월 AFC에 개최권을 반납했다. 중국 대신 아시안컵 유치를 희망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카타르,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가 경쟁력에서 일찌감치 밀려나 사실상 한국과 카타르의 이파전으로 압축됐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아시안컵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6월 브라질과의 평가전 때 윤석열 대통령이 손흥민에게 청룡장을 수여하기 위해 직접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고, 이때 아시안컵 유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대통령이 직접 “적극 추진하라”는 뜻을 전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 자리에서 아시안컵 유치에 성공하도록 미디어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명분에서는 한국이 카타르에 앞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2019년 아시안컵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렸고, 2027년 대회도 사우디아라비아 개최가 유력하다. 2023년은 동아시아 국가가 개최하는 게 맞고, 그래서 중국이 열기로 돼있었지만 반납을 했으니 동아시아의 한국이 개최하는 게 명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9월 28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걸린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9월 28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걸린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문체부는 “축구협회, 민간 전문가와 특별전담팀을 구성해 전방위적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은 2002년 월드컵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축구 축제이다. 또한 축구와 전세계인의 갈채를 받고 있는 K컬처가 융합되어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라고 유치 전략 메시지를 밝혔다. 취지는 좋으나 집행위원을 설득하기에 구체적인 매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AFC 뚫을 해법 찾는 데 또 실패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 자처하지만, 정작 AFC에서의 행정적 외교적 영향력은 미미한 게 현실이다. 아시안컵 개최권을 결정하는 AFC 집행위원 23명 중 한국인은 없다. AFC의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회장은 바레인 출신이다. 물론 아시안컵 개최국 결정 때는 집행위원 중 카타르인이 배제됐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AFC의 의사결정 대부분에는 중동의 영향력이 강하게 묻어난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래전부터 AFC를 장악하고 있는 중동 세력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AFC의 중동 세는 더 강해졌고, 이 탓에 한국 축구는 AFC에서 외교적인 입지를 좀처럼 넓히지 못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2019년 AFC 부회장 선거에 나섰다가 몽골축구협회장에게 18-28로 져서 탈락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AFC를 이끄는 중동세력의 독점이 오래 이어져 왔고, 건전한 방향으로 아시아 축구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내가 이런 반대 목소리를 낸 게 낙선의 원인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AFC에 아무리 중동 세가 강하다고 해도 아시안컵의 동아시아-서아시아 순환 개최는 암묵적인 룰이었다. ‘명분상 한국 개최가 맞다’는 설명도 틀리지 않았고, 2011년 아시안컵 개최국이던 카타르가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를 12년 만에 또 개최하는 것도 매우 편파적인 결정임은 분명하다. 또한 카타르가 개최할 경우 2023년 여름이 아닌 겨울에 대회를 치러야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카타르를 2023년 AFC 아시안컵 개최지로 선정했다. 사진=AFC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카타르를 2023년 AFC 아시안컵 개최지로 선정했다. 사진=AFC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한국은 2023년 아시안컵 개최지를 처음 결정했던 2019년 봄 집행위 때 유치 신청을 하려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다. 당시 철회 이유는 2023년 아시안컵과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의 개최 일정이 겹쳐 ‘선택과 집중’을 위해 여자 월드컵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여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2019년 12월에 여자 월드컵 유치 신청마저 철회했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됐고, FIFA의 새로운 대회 방식이 국내법과 충돌해 문체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 등이 원인이었다.  
 
한국은 오락가락 행보 끝에 결국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AFC 집행위에 안 좋은 이미지를 줬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이번에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다시 도전했지만, AFC 집행위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더구나 경쟁국인 카타르는 ‘오일 머니’로 물량 공세에 나서 표심을 잡았다. 카타르는 유치 조건으로 AFC가 지불해야 하는 대회 운영 인건비까지 내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는 말은 한국 축구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정은 AFC 집행위원들이 한다. 한국은 2002년 FIFA 월드컵을 비롯해 스포츠의 메이저 국제대회를 거의 모두 유치해 본 나라다. 국제 스포츠 외교의 흐름과 불문율을 모르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카타르의 오일 머니, AFC를 좌지우지하는 중동 세력이 공정한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점이 한국 유치 실패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이번 2023년 아시안컵 유치 도전에서 한국은 제삼자인 집행위원을 반하게 할 만한 확고한 이미지를 만들거나, 그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한 근거를 만드는데 모두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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