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한국도 ‘USB-C’ 통일…애플, 고집 꺾을까

[아시아타임즈=김창수 기자] 모든 스마트기기의 충전 규격을 ‘USB-C’로 통일하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라이트닝 포트를 고수 중인 애플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폰13 프로 및 프로맥스 시리즈. (사진=애플)

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의회는 2024년까지 역내 판매 스마트기기의 USB-C 충전 포트 통일 법안에 합의했다. 국내에서도 산업부가 USB-C 규격의 국가표준(KS) 제정 절차에 착수했다.

일부 제품군에서 USB-C를 도입 중인 애플은 내년에야 아이폰에 이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가 내세운 친환경 기조와 MFi(Made For iPhone) 인증 체계 등이 새 충전 규격 도입 변수로 꼽힌다.

“EU 내 모든 스마트기기, 2024년까지 USB-C 필수”

8일 업계에 따르면 EU 의회는 7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의회는 2024년 가을까지 USB-C를 EU 내 모든 휴대전화, 태블릿 및 카메라의 공통 충전 포트로 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안 발효까지는 올해 말 EU 의회 및 이사회 승인이 남아 있으나 이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EU의 이번 합의가 약 10여 년을 끌어온 USB 충전 포트 규격 글로벌 표준화에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도 ‘USB-C 표준기술연구회’를 열고 8월 USB-C 충전 단자 국가표준(KS)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글로벌 모바일 기기 시장 성장과 함께 충전 규격 통일 논의도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EU 의회는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소비자는 새 기기를 구입할 때마다 더 이상 충전 기기나 케이블이 필요하지 않다”며 “하나의 충전기로 모든 중소형 휴대용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휴대폰, 태블릿, E-북 리더기, 이어폰, 디지털카메라, 헤드폰·헤드셋, 휴대용 비디오 게임기 및 유선 케이블을 통해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스피커에는 제조업체를 불문하고 USB-C 포트가 장착돼야 한다”며 “노트북은 또한 법안 발효 후 40개월 내에 요구 사항에 맞게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애플, 내년 USB-C 적용 아이폰 출시”…‘무선 충전 전용’ 제품 가능성도 

EU의 USB-C 규격 통일 법안 시행이 다가옴에 따라 독자 규격을 사용 중인 애플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은 현재 아이패드 프로, 맥북 에어 등 일부 제품군을 제외하고 8핀 라이트닝 포트를 적용하고 있다.

애플은 EU가 2011년 처음 충전기 표준 통일 작업을 추진할 때부터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충전기 단일화로 업체들의 다양한 혁신 시도 저해 우려, USB-C 강제 전환 시 현재까지 보급된 라이트닝 커넥터를 폐기해야 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밖에 업계에서는 애플이 주변기기 업체에 제품 호환 인증을 해 주고 수익을 얻는 MFi 제도도 USB-C 전환이 늦어지는 근거로 꼽는다. 

결국 USB-C가 국제 표준 규격으로 굳어지는 흐름에서 애플도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 제품 분석가인 궈밍치 홍콩 텐펑국제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2023년 출시하는 ‘아이폰15’에 본격적으로 USB-C 충전 포트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 매체 ‘더 버지’는 “EU 법안은 ‘유선 케이블을 통해 충전하는’ 장치에만 적용된다”며 “애플이 오로지 무선으로만 충전되는 아이폰을 만들어 USB-C 적용을 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