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비하인드] '삼고초려' 끝에 장착한 왼손 에이스 벤자민

[IS 비하인드] '삼고초려' 끝에 장착한 왼손 에이스 벤자민

일간스포츠 2022-10-19 00:01:50 신고

3줄요약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9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선보인 웨스 벤자민. 벤자민은 지난 5월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돼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KT 위즈는 벤자민을 영입하기 위해 신분 조회를 세 번이나 넣었다. 그 정도로 공을 들인 선수다. 김민규 기자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9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선보인 웨스 벤자민. 벤자민은 지난 5월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돼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KT 위즈는 벤자민을 영입하기 위해 신분 조회를 세 번이나 넣었다. 그 정도로 공을 들인 선수다. 김민규 기자
 
"미련을 못 버리고 신분 조회를 한 번 더 넣었다."
 
이충무 KT 위즈 스카우트 팀장이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29)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5월 KT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를 퇴출했다. 쿠에바스는 2019년부터 뛴 '장수 외국인 투수'지만 팔꿈치 부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였다. 복귀가 더디다고 판단한 이충무 팀장은 미국 현지 코디네이터 데이브 디프레이타스와 빠르게 대체 선수를 물색했다. 최우선 목표는 벤자민이었다. 벤자민은 지난겨울 KT의 외국인 선수 영입 1순위 후보였다. 팀이 우승하면서 쿠에바스·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모두 재계약해 그의 KBO리그행은 불발됐다. 현역 빅리거로 쉽게 계약할 수 있는 자원도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된 벤자민은 지난 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다. 이충무 팀장은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벤자민의 신분 조회를 두 번 넣었다. 신분 조회는 공식 협상에 앞서 진행하는 사전 절차. 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화이트삭스는 KBO리그 구단이 협상하기 까다로워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 중 하나다. 이적료를 대체로 높게 부르기도 한다. '투 트랙'으로 대체 선수를 찾은 KT는 오른손 투수 A와 계약에 근접했다. A는 빅리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준척급 자원으로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선수였다.
 
KT는 계약 직전 방향을 선회했다. 이충무 팀장은 "(A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좋지 않은 느낌이 하나 있었다. 무엇보다 벤자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겠더라. 그래서 한 번만 더 신분 조회를 해보고 싶어서 감독님께 급하지만, 며칠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세 번째 신분 조회를 넣은 뒤 '협상 의지가 있다'는 회신이 왔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벤자민은 KT에 부족한 '왼손 선발'이라는 장점 이외 디셥센(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뛰어나고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이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나오는 슬라이더 각도 예리했다.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1,2루 송성문을 내야땅볼로 처리, 이닝을 마친 벤자민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1,2루 송성문을 내야땅볼로 처리, 이닝을 마친 벤자민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협상 테이블은 차렸지만 난관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관건은 계약 조건이었다. 현행 KBO리그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은 연봉과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 포함 최대 100만 달러(14억원)다. 교체 외국인 선수는 잔여 개월(2~11월)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이적료가 발생하면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수가 더 높은 연봉을 달라 하면 이적 협상이 길어지고, 계약이 무산되기도 한다. 그런데 벤자민은 속전속결로 절차가 진행됐다.
 
이충무 팀장은 "연봉이 깎이더라도 계약하겠다는 선수 의지가 강했다"며 "감독님께서 쿠에바스 교체를 빨리 결정하셨고 구단에서도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 덕분에 (아시아리그 진출을 고민하던) 벤자민과 계약(총액 33만1000 달러·4억7000만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벤자민의 정규시즌 성적은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이다. 피안타율이 0.216,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2로 수준급이었다. 지난 13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8회 등판해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사흘 휴식 후 나선 17일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선 7이닝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신분조회 삼고초려‘ 끝에 벤자민을 영입한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이충무 팀장은 "A 선수가 아닌 벤자민과 계약한 게 신의 한 수인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