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 ㉟] 아이 출산 후 유기 하면 엄마만 징역형…왜?

[디케의 눈물 ㉟] 아이 출산 후 유기 하면 엄마만 징역형…왜?

데일리안 2022-10-19 05:10:00 신고

3줄요약

집에서 출산 후 방치해 아이 숨져…징역 2년 6개월·집유 4년

법조계 "'임신' 아닌 '아이 방치한 행위' 주체에게만 처벌하기 때문"

"범죄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 아이 아빠 누군지 알아도 처벌 불가…임신은 범죄 아냐"

집유 처분, 의견분분…"산모 상태 고려해야" vs "아이 사망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형국 만들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데일리안 DB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데일리안 DB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출산해 숨지게 한 여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처럼 출산 직후 아이를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대부분 여성 혼자 처벌받는 경우가 많은데, 법조계는 '임신'이 아닌 '아이를 방치한 행위'의 주체에게 처벌이 내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신은 죄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 아빠가 누구인지 설사 알게 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판사)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지난 14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14일 새벽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아이는 저체온증 증상을 보였으나 A 씨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수건으로 감싼 채 잠이 들었다. A 씨가 1시간 30분 후 깨어났을 땐 아이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재판부는 "분만 직후 병원을 찾았으면 회복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생부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가족들이 실망할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는 등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점, 출산 전 입양 기관을 찾아보는 등 노력한 점, 친모로서 평생 고통과 죄책감을 느끼고 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방치하고 숨진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한 산모 B 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일도 있었다. B 씨는 미혼인 상태에서 출산한 사실이 남자친구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법원.ⓒ데일리안 DB 법원.ⓒ데일리안 DB

이처럼 아이를 출산해 유기하고 방치한 사건에서 아이의 아빠인 남성의 이야기는 없을 때가 많다. 법조계는 처벌이란 '행위의 주체'에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를 방치한 사람만이 처벌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진희 변호사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닌 실제 아이를 유기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만약 산모의 부모가 아이를 버리라고 했다면, 그 부모까지도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임신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지만, (아이를 숨지게 한) 법적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며 "낙태죄의 경우 처벌의 대상이 여성과 의료진으로 돼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일은 산모의 범죄"라고 말했다.

특히, 장 변호사는 "처벌하는 행위는 출산 직후에 아이를 방치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기 때문에 만약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를 알아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여성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범죄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았는데 방치했다는 것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라며 "임신을 했다는 것이나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 범죄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는 당사자가 임신 사실을 말하기 어려워서 발생한다"며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비난 등 부담이 클 수 있고 양육에 대한 책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했다. 신 변호사는 "판결만 보면 집행유예가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출산 당시 산모의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출산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기절했을 수도 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상태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죽일 의도가 있었을 때와는 달리 아무도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은의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누군가 죽게 된 것"이라며 "거꾸로 태아가 아닌 서너 살 아이를 숨지게 했으면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학대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니까 정상참작은 필요하지만, 현재의 처벌 수위는 결국 아이의 사망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형국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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