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성희롱 난무한 콜센터…4년 지난 감정노동자 보호법 ‘유명무실’

욕설‧성희롱 난무한 콜센터…4년 지난 감정노동자 보호법 ‘유명무실’

한스경제 2022-10-19 11:2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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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감정노동 실태 증언 기자회견. / 연합뉴스
콜센터 감정노동 실태 증언 기자회견.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콜센터 직원들은 욕설과 성희롱 등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지난 2018년 4월에 제정돼 10월18일부터 시행됐다. 보호법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경우 업무를 일시 중단하고 휴식 및 치료를 보장하는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동조합이 지난 2021년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노동건강 실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0.3%가 여전히 우울증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객이나 업체로부터 폭언과 무리한 요구 등을 경험한 응답자가 9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호법 시행 후에도 여전히 많은 감정 노동자들이 폭언 등을 경험하면서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보호법 도입 후에도 고객 폭언 등이 동일하다고 느낀 응답자는 31%였다. 심지어 법 시행이전인 2008년 조사와 비교하면 오히려 폭언과 성희롱 사례는 늘었다. 월 평균 폭언 사례는 7.16회에서 11.58회로 약 62% 증가했고 성희롱 사례도 0.96회에서 1.09회로 약 14% 늘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감정노동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다수의 콜센터가 여전히 원청이 아닌 컨택업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해당 원청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고용과 감정노동대책 등은 컨텍업체들이 마련하고 있어 악성민원에 대한 대응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다 지난 7월에 퇴사한 윤민아 전 사회연대부장은 고객으로부터 “XXX이 말귀 XX 못 알아듣네” 등 욕설과 폭언을 들은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과호흡 증상과 심장 두근거림으로 조퇴를 해야하는 상황에도 관리 팀장은 “휴식시간을 줬으니 조퇴 후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무급조퇴처리 됐다고 밝혔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측이 유급 보장은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사용자의 책임 등을 다루고 있으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곽은선 총무부장도 “욕 들으려고 거기서 일하는 거 아니냐. 그것밖에 안되니까 그런 곳에서 일한다”는 등 언어폭력에 시달려왔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악성 민원에 대한 조치사항이 메뉴얼로 정해져있다. 하지만 해당 매뉴얼을 알고 있는 직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곽 총무부장은 메뉴얼에 대한 교육 또한 없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고객폭언 등 응대 시 부여하는 추가 휴식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할 것을 법령에 명시 ▲고객 성희롱‧폭언 등 상황에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피해노동자 작업중지권 도입 ▲관련 매뉴얼 등에 노동자의 집단적 의견 반영 등을 주장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발표하고 131 기상콜센터 소속 상담사들이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받은 폭언과 성희롱 등 악성 민원은 총 2749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악성 민원인에 노출된 상담사에게 즉각적인 휴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제적으로 악성 민원인에 노출되는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욕설‧폭언을 하거나 업무 방해를 하는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도 성희롱 대응처럼 1~2차 경고 후 차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경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는 “고객의 욕설·폭언 단 한 건만으로도 콜센터 노동자 등 감정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 뒤 이와 관련한 판례가 확대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피해에 놓여있다”며 “감정노동자들은 업무와 관련된 폭언으로 고통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과 치료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올바르게 해석 및 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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