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후 30년째 건강한 삶…국내 최장 생존 기록"

"간이식 후 30년째 건강한 삶…국내 최장 생존 기록"

연합뉴스 2022-10-19 12:19: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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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이상준씨 "30년간 매일 만 보 이상 걷고 금주·금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말기 간경화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던 40대 가장이 간이식 수술 후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이상 없이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1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상준(72) 씨는 1992년 10월 뇌사자 간을 이식받은 후 만 30주년을 맞이해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가 됐다.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 이상준 씨(오른쪽)와 집도의인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 이상준 씨(오른쪽)와 집도의인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 씨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은 뒤이은 간이식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고, 국내 의료진이 당시 미지의 분야였던 간이식에 거침없는 도전장을 내미는 원동력이 됐다.

이 씨는 1991년 몸이 몹시 피곤해 병원을 찾았다가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해 이대로라면 길어야 1년 6개월을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유일한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장기 이식은 첨단의학의 결정체로 여겨지며 수술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을 때였다.

이에 그는 미국에 건너가 간 이식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간이식은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후 1년여를 기다린 이씨는 1992년 10월 23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뇌사자의 간을 성공적으로 이식함으로써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씨는 퇴원한 이후 건강관리에 철저했다. 퇴원 후 30년간 매일 만 보 이상을 걷고 금주와 금연 습관을 지켰다. 또한 45일마다 병원을 찾아 B형 간염 항체 주사를 맞고 90일마다 외래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이상준 씨와 이승규 교수는 환자와 의사로 만나 30년간 동행하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상준 씨와 이승규 교수는 환자와 의사로 만나 30년간 동행하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 씨는 건강이 회복되자 간이식인들의 경제적인 고충과 처우 개선에도 앞장섰다.

간이식 후 치료비가 부담돼 치료를 포기하고 건강이 악화한 환자들을 위해 한국간이식인협회를 창설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2001년 B형 간염 항체 주사의 보험 적용을 이끌었다. 또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기금을 모아 나눔행복재단을 설립하고 수십 명의 환자에게 수술비를 지원했다.

이 씨는 "스스로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게 나를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은혜를 갚는 길이고, 수많은 간이식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면서 "의료진의 지시대로 약 복용, 운동, 식사를 철저히 지킨 덕분에 지난 30년을 단 한 번의 이상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집도의였던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이 씨를 수술한 후 서른 해가 지난 지금 국내 장기이식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면서 "앞으로 이 씨와 같은 장기 생존 환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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