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스포츠 클라이밍 국제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한 이란 여성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히잡이 "실수로" 떨어져 머리카락을 노출한 채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레카비 선수가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한 모습이 담긴 영상은 소셜에서 화제가 됐다.
앞서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지난 17일 레카비가 이란 현지 지인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보도했고, 그가 이란 대사관에 억류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다 다음날인 18일 레바키 선수가 인스타그램에 "모두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는 글과, 다른 선수들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레카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타이밍도 나빴고, 예상했던 시간과 달리 출전하게 돼서 히잡이 뜻하지 않게 벗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일정에 따라 팀원들과 함께" 이란으로 귀국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BBC 페르시아어 뉴스의 라나 라힘푸어 기자는 레카비 선수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것 같다고 봤다.
과거 비슷하게 히잡을 쓰지 않고 해외 대회에 출전한 다른 이란 여성 선수들 또한 당국으로부터 비슷한 해명과 사과를 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게 라힘푸어 기자의 설명이다. 이중 몇몇은 이란으로의 귀국을 포기했다.
이란은 여성들에게 머리카락은 히잡으로 가리고 팔과 다리는 헐렁한 옷으로 가리라고 요구한다. 여성 스포츠 선수들 또한 해외 대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이란을 대표할 때 이러한 복장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앞서 주한 이란대사관은 레카비가 18일 오전 한국에서 출국해 이란으로 향했다면서 레카비 선수를 둘러싼 모든 "가짜 뉴스와 정보, 거짓말" 강력하게 부인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 스포츠 클라이밍 연맹(IFSC)'은 레카비 선수 및 '이란 클라이밍 연맹'과 연락했다면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IFSC는 성명을 통해 "IFSC는 선수들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이 상황에서 소중한 구성원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IFSC는 선수들의 권리, 선택, 언론의 자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소식통은 지난 17일 BBC 페르시아어 뉴스에 레카비 선수가 여권 및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으며, 출국 예정일보다 2일 앞서 서울에서 머물던 호텔을 떠났다고 전했다.
레카비 선수의 가족과 친구들 또한 이란 관료와 함께 있다는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출신 국제 체스 심판인 쇼레 바야트는 2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여자 체스 선수권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유포된 후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고백한 적 있다.
바야트 심판은 당시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당국으로부터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자 결국 히잡 쓰기를 중단하고 영국에 망명 신청했다.
바야트 심판은 1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쓰며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압박을 받았기에 선택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해야 할 일을 적어서 주더군요. (당국이 정해준) 내 신념이 따르지 않는 이 일을 따른다면, 히잡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다면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리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레카비 선수의 최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바야트 심판은 "말보다 행동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면서 "레카비 선수는 히잡을 쓰지 않는 행동을 통해 많은 것을 말했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바야트 심판은 히잡 의무 착용법과 종교 지도자들에 대항해 전국적으로 벌어진 시위에 대한 이란 당국의 폭력적인 탄압에 대해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주길 요구했다.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는 지난달 13일 수도 테헤란에서 마흐사 아마니(22)라는 여성이 히잡을 느슨하게 쓴 혐의로 소위 '도덕 경찰'에 체포된 후 사망하면서 촉발했다.
이란 경찰 당국은 아마니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구타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아마니의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주장했다.
유엔(UN) 인권위원회는 18일 "당국의 지속적인 폭력적 진압, 임의 구금, 어린이 살해 및 구금 소식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인권위원회 대변인은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든 실탄으로 사망한 어린이가 23명에 이르며, 수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진압대가 학교도 급습해 학생들을 체포하고 있으며,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장들을 체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은 보안군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이 21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평화적인 시위대를 죽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외국의 지원을 받는 "폭동"들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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