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나는 배우다” 이성민이 영원히 ‘리멤버’하고 싶은 이 순간

[K-인터뷰] “나는 배우다” 이성민이 영원히 ‘리멤버’하고 싶은 이 순간

한류타임즈 2022-10-19 19:22:28 신고

3줄요약

“모든 기억은 잃어도, 제가 배우였다는 사실만은 절대 잊고 싶지 않아요” 

짧고, 간결한 말이었지만 배우 이성민의 연기에 대한 진심이 묻어났다. 여러 이유를 보태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성민은 1985년 연극을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등 무대를 넘나들며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왔고, 오랫동안 매 작품을 통해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이를 몸소 증명해왔다.

처음엔 이 길이 자신의 업이 맞는지,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다. 연기는 좋으나,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인 여러 이들과 관계를 쌓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대본을 못 읽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촬영 현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일에 도전해봤지만 배우만큼 맞는 게 없었다. 그렇게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이전의 시간들이 무의미하진 않았다. 자신을 옥죄던 고민에 대한 결단을 할 수 있었고, 나아가 더 치열하고 간절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연기에 확신을 얻은 이성민이 그린 캐릭터는 단단하다. 우리의 곁에 있을 것만 같은 현실감을 준다. ‘미생’에선 아직은 사회생활이 버거운 젊은 직장인에게 때로는 쓴 소리도 해가며 이끌어가는 상사로, ‘기억’에선 알츠하이머를 선고받고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치열하게 지켜 나가는 로펌변호사로, ‘소년심판’에선 소년범을 바르게 인도하는 부장판사로,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 외에도 인상 좋은 서민부터, 형사, 기자, 냉혈한 빌런까지 다양한 인물로 존재감을 새겼다.  


이번엔 영화 ‘리멤버’에서 친일파에게 가족을 잃은 80대 노인이 되어 심금을 울린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분)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영화 ‘검사외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일형 감독의 작품이기도 했고, 필주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새로운 시도이자 흥미로울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라고 말했다.

내추럴한 추리닝 차림으로 등장한 이성민은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털털한 웃음 소리는 내는가 하면, 특유의 무심한 말투로 농담을 던져 현장 분위기를 풀어줬다. ‘리멤버’ 속 척결 대상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고,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던 필주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필주는 극중 80대 노인이다. 실제 캐릭터보다 훨씬 어렸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지에 대한 부담도 주어졌다. 그럼에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노인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역할 제안이 들어왔을 때 ‘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기대가 됐어요. 필주가 고령의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그가 60년 동안 쌓아온 한을 내가 아닌 80대 노인 입장에서 연기할 때 어떻게 표현될까?’ 하는 그런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쉰 목소리와 구부정한 자세, 특유의 느린 걸음걸이까지, 정말 80대 노인 같았다. 평소 공원에 나가 실제 노인들의 표정, 자세, 보폭 등을 관찰하며 열심히 연구해온 것이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작품 밖에서도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캐릭터의 리얼함을 살리려고 한 노력이 빛났다.

“연기할 때 치밀하게 계산한 건 아니었는데, 캐릭터를 준비할 때부터 무의식중에 ‘이렇게 해야지’ 하고 잠재돼 있었던 게 촬영 때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관객이 나로 인해 몰입에 방해받지 않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보일 수 있는 데 많은 신경을 썼어요. 영화 시사회 때도 그런 지점을 유심히 봤고요. 하하” 

연기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분장의 힘을 빌렸다. 30년의 세월이라는 간극을 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분장에 엄청 신경 썼어요. 실제 그 연세이신 선생님들과 같이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같은 앵글에 잡혔을 때 이질감이 들지 않게 하려고 분장 테스트를 많이 했죠. 관객들에게 이질감이 들면 몰입에 방해가 돼서 많은 테스트와 준비 과정을 거쳤어요. (분장)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어요. 그렇게 하나씩 극복해 나갔던 것 같아요. 처음엔 분장에 4시간이 걸렸는데 시간을 점점 줄여 나가면서 최종적으로는 2시간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외형적인 것 외에도 극 초반 인자한 패밀리 레스토랑 최고령 직원부터 복수의 대상을 냉혹하게 죽이는 처단자까지, 캐릭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려나갔다. 특히 처단해야 할 인물들의 이름을 손가락 마디, 마디에 새기며 잊지 않기 위해 되뇌이는 절박한 눈빛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정도의 연세인 분들은 어떤 감정을 표현할 때 젊은 사람처럼 얼굴에 많이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좋든, 싫든, 분노하든 얼굴에 크게 드러나지 않겠다 싶었죠. 그래도 어느 부분에서는 표현해야 겠다 싶었어요. 그 중에서도 눈으로 설명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남주혁과 첫 작품이었음에도 끈끈한 호흡을 보여줬다. 이일형 감독의 전작 ‘검사외전’ 황정민-강동원 만큼 어쩌면 그를 더 뛰어 넘는 브로맨스 케미를 자랑했다. 

“영화를 보다가 ‘주혁이가 참 고생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필주의 동선을 따라가지만 관객들을 필주에게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인규였어요. 노인이 가는 길에 동참하고 휩쓸리는 인규가 설득력이 없으면 관객이 못 따라왔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남주혁 씨가 정말 잘해줬어요. 남주혁 씨가 잘생기고 키가 큰데, 평범함을 연기한다는 게 힘들기도 했을 거고요. 하하”

인규를 누구보다 따뜻하게 바라봤던 필주처럼, 후배 남주혁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나아가 자신을 낮추고 후배의 능력을 높이는 겸손한 모습에서 그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쉼없이 달려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이성민이다. 영화 ‘리멤버’를 시작으로 디즈니+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계속해서 작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현장이 좋고 제가 거절을 잘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며 수줍게 웃었다. 

“제가 스무살 때 처음 극장을 찾아갔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스무살 이후로 그냥 이성민으로 산 시간 보다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산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도 모르는 새에 제 삶 자체가 됐어요. 그래서 ‘내 옷을 입고 사는 것보다 캐릭터 옷을 입고 사는 것이 편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연극할 때도 쉰 적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작품과 작품 사이에 휴식은 매우 달콤하네요. 하하”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강진영 기자 prikang@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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