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에 나선 고영표는 2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정규시즌을 포함해 가장 적은 이닝을 소화한 채 3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 시즌 경기당 약 93구를 던졌으나 이날은 투구수는 57개에 그쳤다.
특히 체인지업으로 적시타를 연거푸 허용한 게 뼈아픈 대목이다. 이날 고영표는 경기 초반 키움 타자들에게 읽힌 체인지업이 장타로 이어지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허용했다.
1회 2사에서 이정후에게 2스트라이크-1볼로 유리한 볼카운트 싸움을 하다가 6구째 던진 118㎞ 체인지업이 우전 안타가 됐다. 뒤이어 김혜성에게도 3구째 116㎞ 체인지업으로 안타를 허용했다. 후속타자 야시엘 푸이그는 풀카운트 싸움 끝에 승부구로 들어온 7구째 낮게 들어가는 115㎞ 체인지업을 받아쳤고, 높이 튼 타구에 확신을 담은 ‘배트 플립’을 했다. 결국 이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스리런포가 됐다.
3회 찾아온 두 번째 위기도 체인지업에서 비롯됐다.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4구째로 던진 체인지업이 다시 우익수 앞으로 떨어지며 무사 1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뒤이어 이정후의 초구를 끝으로 10구를 더 던졌으나 체인지업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가 끝나지 않으며 벤치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리그 정상급 구종으로 평가받는다. 패스트볼과 던지는 길이 같아서 타자들로서는 알고도 속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구속은 느린 편이지만, 제구력과 볼배합을 기반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맞춰잡는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경기를 앞두고 이강철 감독 역시 “오늘도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춤을 추면서 이정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은 체인지업이 오히려 약점이 되면서 상대 중심타선의 먹잇감이 됐다.
초반부터 마운드가 무너진 KT가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긴 쉽지 않았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승계주자를 막지 못한 채 ⅔이닝 3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심채민(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이채호가 1⅔이닝으로 마운드를 오래 지켰으나 피안타 3개를 허용해 1실점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순위싸움을 한 탓에 불펜이 지쳐있는 게 포스트시즌 KT의 최대 고민이다. 이날 KT는 5명의 구원진을 사용하고도 패배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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