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푸이그는 출발부터 키움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1회 1사 1,2루 기회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서 KT 선발 고영표와 풀카운트 승부를 했고, 상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직후 홈런을 직감한듯 방망이를 크게 던지는 ‘배트플립’을 했고, 예상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이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25m의 스시런포가 됐다. 푸이그의 가을야구 첫 홈런이자 이날의 결승포였다.
추가점을 뽑아낸 적시타도 푸이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KT는 3회 푸이그의 두번째 타석을 앞두고 마운드를 고영표에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로 교체했다. 그러나 조기 가동시킨 불펜마저 푸이그에게는 의미 없는 승부수였다. 푸이그는 데스파이네의 체인지업에 가볍게 배트를 갖다대 좌익수 왼쪽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김혜성이 홈을 밟았다.
사실 푸이그는 정규시즌 키움의 골칫거리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861경기를 뛴 빅리거 출신인데다가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인연으로 한국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었으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과거 돌출 행동을 벌였던 전례들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은 외인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키움의 유니폼을 입은 뒤 선수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워크에씩 문제가 불거진 때가 있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과욕 수비, 산책 주루 때문에 정규시즌 막판까지도 경기 중 문책성 조치를 당하곤 했다.
그러나 가을에 들어선 푸이그는 확 달라졌다. 키움의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결정된 후에는 여느 때보다 의욕적인 태도로 팀에 헌신하고 있다. 팀 훈련이 있는 날이면 매일 30분씩 일찍 그라운드에 나와서 특별 타격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평소 푸이그에 고언을 피하지 않는 홍원기 키움 감독도 “스스로 일찍 나와서 훈련을 하는 게 경기에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본인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송구는 우리도 여러차례 강조하고 본인도 계속 후회하고 있다. 인식을 하고 있고 생각을 많이 하니 괜찮을 것”이라고 두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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