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이성민 “치매 노인의 恨, 부끄럽지만 내 연기 보고 울었죠” [인터뷰]

‘리멤버’ 이성민 “치매 노인의 恨, 부끄럽지만 내 연기 보고 울었죠” [인터뷰]

스포츠동아 2022-10-20 06:30:00 신고

3줄요약

배우 이성민이 영화 ‘리멤버’에서 80대 노인을 연기하며 “늙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스무비웍스

26일 개봉 영화 ‘리멤버’ 이성민

가족 죽인 친일파에 복수하는 80대
분장만 4시간, 테스트 촬영 수십번
남주혁과 첫 호흡…어리지만 듬직
친일의 잔혹한 폭력으로 가족을 앗아간 자들. 끝내 잊지 못할,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가해자들이다. 그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기까지 60년의 세월이 걸렸다. 말기 뇌종양을 앓으며 치매의 고통 속에서 헤맬지언정, 친일파 처단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은 끊임없이 되새긴다.

배우 이성민(54)은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자신의 이 같은 극중 캐릭터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제작 영화사 월광)를 무대로 그는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을 처단하려 “한(恨) 많은 세월을 살아온” 80대 노인이 됐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내 연기를 보고 운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도 모르게 영화 속 노인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눈물이 났다”고 토로했다. “옆에 (남)주혁이가 있어 부끄러워 조용히 눈물을 닦으려고 했는데 내가 운다는 걸 눈치채 민망했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탰다.


●“대선배들과 ‘또래’로 연기, 영광”

노인의 모습을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배우의 욕심”이 이번 영화로 자신을 이끌었다고 그는 말했다. 노인 분장을 한 채 박근형, 박병호 등 대선배들과 “또래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도 설레였다”고 돌이켰다.

“선생님들과 같이 앵글에 잡힐 때 절대 이질감이 느껴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특수 분장을 한 후 테스트 촬영도 굉장히 많이 했죠. 처음에는 분장하는 데만 4시간이나 걸렸어요.”

덕분에(?) 목 디스크까지 왔다는 그는 무엇보다 노인을 연기하며 “나이 듦”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어떤 식으로도 오랜 시간 세월을 버티고 살아온 어른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옛날 같았으면 저도 툇마루에 앉아 곰방대 두드릴 나이죠. 하하. 예전에는 나이를 먹으면 먹나보다 했는데 요즘에는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이 적어지는 것 같아, 그게 스스로 가장 안타까워요. 관심이 없는 것은 아예 몰라요. 최근에 카카오 사태가 있었잖아요? 다들 난리가 났다는데, 저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죠. 하하.”


●“듬직한 남주혁, 어린아이 같은 임시완”

그래도 젊은 후배들과 호흡에는 여전히 자신이 있나보다. 이성민은 극중 얼떨결에 자신의 복수 여정에 동행하게 되는 20대 청년을 연기한 남주혁(28)을 “굉장히 맑고 경계심이 없는 친구”라고 표현했다. 첫 연기 호흡에도 손발이 잘 맞았다고 돌이킨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며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주혁이가 ‘예전에 시상식에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하더라. 키가 엄청 큰 애가 와서 꾸벅 인사를 한 기억이 떠오르더라. 걔가 얘더라. 난 몰랐다”며 소리 내 웃었다.

“주혁이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서 놀랐다. 키도 덩치도 커서 그런지 듬직한 느낌이 있다. ‘미생’을 함께 했던 임시완(34)과 비슷한 나이인 줄 알았다. 시완이는 아직도 만나면 너무 아이 같은데. 하하!”

1985년 연극을 시작해 37년째 연기를 해오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내성적인 성격과 배우라는 직업이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도 극중 캐릭터처럼 알츠하이머에 걸려도 “내가 배우라는 사실 만큼은 절대 잊고 싶지 않다”며 힘을 준다.

“평생 해온 일이잖아요. 기억하지 못한다면 너무나 슬플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극강의 낯가림 때문에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힘들고 공포스러웠어요. 나이를 먹은 이제야 좀 편해졌어요.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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