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우크라와 방공시스템 지원 논의 예정
이스라엘, 시리아 내전 등 러와 군사적 이해관계
러 내 유대인 공동체 공격받을 위험 우려도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 ⓒ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역 공격에 사용한 이란제 자폭드론이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해오던 이스라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국이익을 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죽였던 이스라엘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란제 자폭드론을 투입한 사실 등이 밝혀짐에 따라 ‘반러시아’ 입장으로 돌아서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와이넷(Ynet)은 18일(현지시간)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방공시스템 지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의 고위 안보 관계자를 인용해 "라피드 총리와 쿨레바 장관의 대화가 이스라엘의 입장을 바꿀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쿨레바 외무장관은 앞서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드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이란과 외교단절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한편, 이스라엘에는 방공시스템 제공을 재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왔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면서도 러시아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이나 서방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또 우크라이나가 개전 이후로부터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저고도 방공시스템인 '아이언돔(Iron Dome)' 등 방어용 무기 지원도 거부해왔다.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의 방어 무기 요청을 외면한 것은 러시아와의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9여년 동안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들 국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교 및 경제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와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유대인공동체에 전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반 유대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을 경험했던 이스라엘은 러시아 내에서의 새로운 홀로코스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 국민이 많다는 점도 이스라엘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스라엘 인구 약 920만 가운데 옛소련 후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이 12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러사아의 침공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을 꺼리는 주된 요인은 시리아 내 러시아와의 군사적 이해관계에 있는 까닭이다. AP는 이스라엘은 러시아 공군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때 시리아 상공에서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들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스라엘은 러시아를 통해 앙숙관계인 이란을 견제함으로써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중요한 보호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신중’했던 이스라엘이 ‘친러’에서 ‘반러’로 입장을 바꿔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는 내달 1일 치러지는 총선 전 임시로 맡고 있는 라피드 총리가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과 최근 러시아 공습으로 포착된 이란제 자폭드론이 발견된 점을 등으로 볼 때 러시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시각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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