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결선 D-10] "악마"·"아동성애자"…정치혐오 부추기는 비방전 가열

[브라질결선 D-10] "악마"·"아동성애자"…정치혐오 부추기는 비방전 가열

연합뉴스 2022-10-20 07:02: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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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이념대립에 정책대결 실종…원색 비난전에 유권자들 "해도 너무해"

여론조사에선 룰라 과반 득표 예상…보우소나루는 '숨은 표' 역전극 기대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좌)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우)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좌)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지윤 통신원 = "치열한 건 알겠지만, 심하게 헐뜯는 건 역시 보기 좋지 않네요."

오는 30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열흘 앞두고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토 면적 세계 5위, 인구 세계 7위, 경제규모 세계 12위 국가인 브라질을 향후 4년간 이끌어갈 대통령을 확정할 이번 결선 투표에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이 맞붙게 됐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거머쥔 '남미 좌파의 대부' 룰라 전 대통령은 12년만에 재집권을, 예상보다 많은 득표율로 2위에 오른 브라질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선을 각각 꿈꾸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간에는 정책이나 공약대결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브라질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좌우 이념 대립이라는 평가를 감안하더라도 두 후보 진영은 상대방을 향한 공격과 비방에만 몰두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선거문화, 정치문화를 퇴보시키는 두 진영의 선거운동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당선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TV 선거 캠페인에서는 '도둑', '게으름뱅이', '집단살해범', '거짓말쟁이' 같은 거친 단어들이 여과 없이 등장하며 이념 대립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선거 유세 중인 룰라 전 대통령과 아내 호잔젤라 여사 선거 유세 중인 룰라 전 대통령과 아내 호잔젤라 여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온라인에서도 맥락에서 벗어난 채 편집된 영상과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선거를 관리하는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이 양 후보 유세에 사용되는 영상 및 사진 자료를 검토하고 연일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는 게 그 방증이다.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 지지를 등에 업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이번 선거를 '선과 악의 대결'로 몰고 가며 룰라 전 대통령을 '악마' 또는 '사탄주의'라는 용어로 손가락질한다.

이에 뒤질세라 룰라 전 대통령 측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과거 실언을 짜깁기해 '식인주의자', '아동성애자' 같은, 듣기에도 거북한, 원색적인 용어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유세 현장의 지지자들 보우소나루 대통령 유세 현장의 지지자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권자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택한다고는 하지만, 대선을 앞둔 현실과 정치문화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지오바나 나탈리(25) 씨는 망설임 없이 룰라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어느 쪽이 됐건 요새 선거 유세를 보고 있으면 너무 피곤하고, 내가 다 창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관련 분야 전문가인 선거 캠프 사람 입장에선 그래도 지금 방식이 표심 자극에 먹힌다고 판단했다는 것 아니냐"며 "현재 우리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심란하다"고 했다.

헤베카 크레스푸 항제우(30) 씨는 "어머니가 가는 종교 모임에서도 룰라는 악마의 편에 선 사람이라는 여론이 만들어졌다"며 "이번 선거는 그냥 선악 또는 좌우간 전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대립 양상이 지난 2일 1차 경선 이후 더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바이아 연방 대학의 윌슨 고미스 교수는 현지 언론, '폴랴 지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8년 대선 이후 법원의 엄격한 제재로 다소 누그러들었던 가짜 뉴스와 흑색선전이 최종 경선을 앞두고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미스 교수는 "한쪽 편에서 주로 비방전을 벌였던 1차 투표 때와는 달리 최근에는 양 후보 측 모두 네거티브 난타전에 몰두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는 1차 투표 득표율에서 약 5% 포인트 앞섰던 룰라 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따돌리고 과반의 지지를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만, 1차 때 실제 득표율이 그전 여론조사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던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며 '숨은 표'에 의한 막판 대역전극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라는 줄리우 마르콘지스(66) 씨는 "법원에서 여론조사 기관을 그냥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미 믿을 게 못 된다는 게 밝혀졌는데, 왜 계속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두 후보간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발표도 나와 최종 순간까지 양 진영간 경쟁이 더 격화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브라질 최대 여론조사 기관 다타폴랴(Datafolha)가 19일(현지시간)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룰라 전 대통령 49%, 보우소나루 대통령 45%로 4%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오차 범위가 ±2% 포인트여서 통계적으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앞섰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jy32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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