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12세 소녀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민자 분쟁

파리서 12세 소녀의 죽음으로 촉발된 이민자 분쟁

BBC News 코리아 2022-10-20 12:15: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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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살해된 지 몇 시간 만에 파리 북동부 19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FP
소녀는 살해된 지 몇 시간 만에 파리 북동부 19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파리에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여행용 가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12세 소녀의 죽음으로 프랑스 전역이 슬픔과 분노로 뒤덮인 가운데, 용의자가 추방 명령을 받은 이민자로 밝혀졌고 이후 파리 이민자 정책에 대한 논쟁이 번지고 있다.

롤라의 시신은 실종 당일 파리 19구 내 살던 아파트 단지 바깥뜰에서 발견됐다.

용의자로 지목된 '다흐비아 B'라는 이름의 24세 알제리 여성은 살인, 강간, 고문 혐의로 구금됐으며, 추방 명령을 받은 불법 체류자임이 밝혀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롤라의 부모를 엘리제궁에서 만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우파 및 극우파 진영 정치인들은 마크롱 행정부가 롤라 가족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비난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의회에서 정부의 이민 정책이 "느슨하다"며 비난했다.

"이렇게 야만적인 행위를 저지른 용의자는 (처음부터) 프랑스 땅에 있어선 안 될 존재였다"는 르펜 대표는 "도대체 왜 이민자들이 무질서하고도 비밀리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경찰과 사법부가 할 일을 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품위 있게 행동해달라"며 피해자 부모의 고통과 롤라의 삶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롤라는 지난 14일 파리 19구에서 하굣길서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그러다 당일 늦은 저녁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롤라는 "질식 및 경부 압박의 흔적"을 보였으며, 결국 심폐 기능이 멈추며 숨진 것으로 보인다. 얼굴, 등, 목에도 상처가 발견됐으나 치명상은 아니었다.

살던 아파트의 관리인이었던 롤라의 아버지는 딸의 실종 후 곧장 CCTV 영상을 확보해 당일 오후 용의자가 아파트 입구에서 딸과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후 43세의 남성이 또한 용의자를 도와 시신을 옮긴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우파들은 해당 용의자가 불법 이민자였음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 여성은 6년 전 학생 비자를 통해 프랑스에 입국했으나, 지난 8월 20일 체류증이 만료된 것이 적발돼 프랑스의 어느 공항에서 제지당했다. 이에 따라 1개월 내 프랑스를 떠나라는 추방명령(OQTF)을 받은 상태였다.

더 즉각적인 출국을 요구하는 조치들도 있으나, 이 여성은 전과가 없는 덕에 'OQTF'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OQTF' 명령은 10명 중 1명만 지킬 정도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시스템을 악용한 이민자 중엔 알제리 출신이 많다.

한편 이번 대선에도 출마했던 극우 정치인 에릭 제무르가 이번 범죄를 "프랑코사이드(프랑스인 살해 사건)"라고 규정하자, 제랄드 다르마닌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 발언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르마닌 장관은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반응이 상당히 무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무르뿐만 아니라 우파 성향의 다른 정치인들 또한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에릭 포제 의원은 법무장관에게 "장관이 이 이민자를 추방하지 않았기에 롤라가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롤라는 아파트 단지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AFP
롤라는 아파트 단지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한편 용의자의 살인 동기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용의자의 변호사는 항간에 떠도는 여러 루머를 부인했다. 파리 지역 검사는 피해자의 발바닥에 숫자 1과 0이 적혀있었다고 밝혔으나, 그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이번 수사에 정통한 어느 소식통은 용의자와 롤라의 어머니가 과거 다툰 적이 있다며 살인 동기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여동생과 함께 해당 아파트 건물에 살고 있던 용의자는 아파트 출입증을 달라고 했으나, 롤라의 어머니가 이를 거절해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 파리 남부 프레즈네 교도소에 격리 구금돼있는 용의자는 몇 년 전 가정폭력에 시달린 적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용의자는 정신과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롤라를 추모하기 위한 침묵시위가 19일로 예정됐으나, 유가족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그러나 오는 20일 극우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관련 집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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