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다르다’ 강조했던 김범수…위기에도 은둔

‘재벌과 다르다’ 강조했던 김범수…위기에도 은둔

데일리임팩트 2022-10-21 01:42: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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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미래 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미래 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저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것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챙기겠습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카카오톡이 국민 대다수가 쓰는,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임에도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쇄신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카카오가 지닌 문제가 해결될 방안이 요원해서다. 

카카오는 최근 2년여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성과 체계, 인사 평가방식 같은 조직문화에서부터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독과점 횡포 등 사업 운영방식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시가총액 상위 그룹임에도 주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는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 장애가 터졌으니, 카카오의 지난 논란들이 환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카카오 안팎에서 제기된 논란은 하나의 주제로 귀결된다. 방향성의 부재다.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실현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자신들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드러냈다. 주요 계열사 쪼개기 상장에 대한 홍 대표의 발언은 이러한 인식을 보여준다. 그는 “(쪼개기 상장이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밖에 씨를 뿌려서 벤처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시키는 길을 걸어왔다“고 전제한 뒤 “그 회사 대부분의 지분을 카카오가 가지고 있기에 지분가치에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벤처처럼 각각의 회사를 키워온 카카오의 방식이 기업의 외형 성장에 효과적이었고, 이에 대한 믿음이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상황 인식’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잘못했다‘지만 카카오의 사과문을 듣다보면 ‘우리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억울함이 느껴진다“며 “사실 카카오는 매번 그랬다. 선한 영향력, 올바른 의도 같은 말로 포장하고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부수적 문제‘로 취급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는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와 무관치 않다. 김 센터장은 스타트업 정신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센터장의 사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사내 간담회다. 당시 직장인 익명 앱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사내 따돌림, 친목주의가 이슈화 됐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구성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에서조차 “카카오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마음가짐과 의지가 있는 회사라고 믿고 있다”며 했다. 

김 센터장의 사고는 경영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지속했지만, 최고경영자(CEO)의 책임감은 담보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조직의 내실을 강화해 조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보다는 외형 성장에만 골몰했다. 

문제는 김 센터장이 오너로서의 책임도 줄었다는 것. 카카오의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장기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이유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때문에 김 센터장은 “현재 경영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홍은택)는 이유로 디지털 정전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와 카카오 공동체 CEO들이 성장에 취해서 주위를 돌아보는 것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더욱이 김 센터장은 카카오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개인 지분(13.29%)과 케이큐브홀딩스(10.58%)를 합해 카카오 지분 4분의 1 가량을 들고 있다. 동시에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자신의 구상대로 이끌어 가고 있다. 오너로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김 센터장은 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업무방해와 소비자기본법 위반, 허위사실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김 센터장은 재벌 총수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해 왔다. 사회공헌을 위해 재산 절반을 투자, 재단을 세웠고, 친인척과 구성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며 챙겼다. 성장의 과실을 독차지 하는, 탐욕스러운 기업가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중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 당시의 스타트업 감성에 매달리느라, 위기의 순간에도 오너 리더십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벌 총수들은 막중한 사안이 발생하면 공개 사과를 하고 사태를 수습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가 발생하자 현장을 찾아 사과문과 대책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후속대책을 밝혔다. 

이로 인해 김 센터장의 색깔을 버리지 않는 한 카카오의 근본적인 혁신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올해 초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CAC를 세운 뒤에도 카카오의 쇄신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국내 스타트업 대표는 데일리임팩트에 “오너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서 “조직 전체에 신호를 줄 수 있는데, 김 센터장부터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니 카카오가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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