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WC D-30]뇌물수수에 건설노동자 착취...역대 최악 대회 우려

[카타르WC D-30]뇌물수수에 건설노동자 착취...역대 최악 대회 우려

이데일리 2022-10-21 02:31: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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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콘테이너를 이용한 조립식 경기장인 스타디움 974. 974는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의 국제전화코드를 의미한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인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현지시간 11월 20일. 한국시간 21일)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카타르 월드컵은 세계 축구 역사상 각별한 의미를 갖는 대회다. 22번째 FIFA 월드컵인 이번 대회는 현지시간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카타르의 8개 경기장에서 개최된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일반적으로 6∼7월에 개최됐다. 하지만 카타르는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열사(熱沙)의 나라. 여름에 정상적으로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 11월에 막을 올린다.

아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 대회 이후 20년 만이자 두 번째다. 특히 서아시아, 아랍 국가에서는 처음이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가장 작은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다. 카타르의 면적은 약 1만1600㎢로 우리나라 경기도보다 조금 넓다. 대회를 치를 8개 경기장이 반경 50㎞ 안에 위치해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팬들은 하루에 한 경기 이상 관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유치가 확정된 시점부터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번 월드컵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행사면서 거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일단 유치 단계부터 깨끗하지 않았다. 모하메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FIFA 관계자들에게 500만달러 뇌물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2014년 영국 ‘선데이 타임즈’ 보도로 불거진 비리 논란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던 제프 블래터 당시 FIFA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측근들은 대거 사법처리됐다..

그런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FIFA는 “개최지를 바꿀 정도의 심각한 비리가 아니다”며 경고를 내리는데 그쳤다. 막대한 부를 가진 아랍권의 눈치를 본 것이다. 개최시기도 겨울로 바꾸는 등 아예 카타르 월드컵 유치에 쐐기를 박았다. 유치 비리 논란은 개최지 재선정 없이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대회 준비 과정에선 경기장 건설과 관련, 극심한 노동환경과 임금체불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피의 월드컵’으로 불리기까지 할 정도다. 카타르와 FIFA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비참한 노동현실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영국 ‘가디언’은 월드컵 유치 뒤 10년간 인도, 네팔, 방글라데스 등 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675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케냐, 필리핀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집계되지 않은 수치다.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제앰네스티는 “카타르 월드컵 현장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근무하고, 휴일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등 당국으로부터 착취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처음엔 근로자들의 자연사를 주장하며 수수방관했던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도 노동 착취 사례를 마지못해 일부 인정했다.

이밖에도 국제노동인권단체인 ‘에퀴뎀’은 지난 8월 “카타르가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임금체불에 항의해 시위를 벌인 이주노동자 최소 60명을 체포하고, 일부를 추방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5월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수십만 이주노동자를 위해 FIFA가 최소 4억4000만달러(약 6300억원)를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논란이 불거지면서 몇몇 국가에선 카타르 월드컵에 노골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유럽 주요 도시들은 카타르의 인권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시민들이 모여 월드컵을 시청하는 스크린과 팬존을 설치하기 않기로 했다. 덴마크 대표팀은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며 덴마크축구협회와 후원사 로고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사망한 이주 노동자들을 애도하는 의미로 만든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각종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대회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 FIFA 규정에 따르면 그전까지 월드컵은 대회 2주 전에 대표팀 선수 소집이 가능했다. 하지만 유럽 주요 리그가 보통 5월 초에 시즌을 마치기 때문에 참가 팀들은 대회 3~4주 전부터 소집훈련을 할 수 있었다. 각팀들은 경기가 열리는 환경과 비슷한 지역에서 1차 캠프를 꾸리고 평가전을 치른 뒤 조별리그를 앞두고 개최국 베이스캠프로 이동한다. 팬들은 대표 선수들이 모여 함께 손발을 맞추는 과정을 보면서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된다.

카타르 월드컵은 다르다. 주요 리그가 진행 중인 11월에 열리다 보니 각 대표팀이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매우 짧다. FIFA도 특별 규정을 마련해 대회 일주일 전에야 대표팀 소집이 가능하다. 소집 기간이 짧기때문에 한국대표팀의 경우 손흥민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카타르 현지에서 합류해야 한다. 선수들의 체력이나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개막이 겨우 한 달 남았는데도 카타르 월드컵을 주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여전히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자국 리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사상 처음 11월에 열리는 월드컵이 낳은 역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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