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을 새로운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나섰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는 데다 일본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까지 받고 있는 만큼 향후 최첨단 반도체까지 일본에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TSMC는 현재 일본 남부 규슈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시설 확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 중인 공장에선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1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정도의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으로, 시설 확장이 이뤄질 경우 미세공정을 이용한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일본 정부도 TSMC가 시설 확장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다만 TSMC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TSMC가 이처럼 나선 것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 심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미국의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 기술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를 실시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경제안보 관점에서 반도체 자급을 강조하고 나선 데다 미국은 안보 면에서 대립 상대인 중국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으로라도 대만 통일을 이룩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대만에 반도체 생산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반도체 제조사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에서 생산 비중을 늘리라는 압박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TSMC가 일본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에 공장을 지으면 전력 공급 부족이나 자연재해 등의 위험성도 있지만 TSMC가 일본 정부의 막강한 지원이 이 단점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보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은 막대한 지원을 쏟아내며 대만, 한국 등에 밀린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인 TSMC 구마모토 공장엔 건설비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천760억 엔(약 4조5천억원)의 보조금을 일본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고, 지난 6월 문을 연 이바라키 TSMC 연구개발센터에도 1천200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쏟아부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일본산 반도체 매출을 2020년의 3배 수준인 1천억 달러(약 143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TSMC는 대만에 생산공장 9곳을 두고 있으며 해외에는 중국 장쑤성과 상하이, 미국 워싱턴주에 각각 한 곳씩 운영 중이다. 현재는 일본 외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5나노 공정의 반도체 양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독일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마모토현 공장에서 만드는 반도체는 주로 센서나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로 최첨단 공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TSMC가 생산기지 확장을 결심한다면 규슈의 공장에서 최첨단 반도체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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