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소지섭 “대본 통째로 외운 선배 첫 촬영부터 긴장됐죠” [인터뷰]

영화 ‘자백’의 주역인 소지섭은 “그동안 주로 착한 캐릭터를 제안 받다가 뒤늦게 스릴러에 도전하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51K

영화 ‘자백’ 김윤진·소지섭

데뷔 첫 스릴러물, 설레고 만족
로맨스 캐릭터 흥미 잃었거든요

“‘웰메이드’라고 자랑하긴 부끄럽지만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배우 김윤진(49)과 소지섭(45)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영화 ‘자백’(감독 윤종석, 제작 리얼라이츠픽쳐스)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감염증 사태 여파로 촬영을 마친 후 개봉까지 2년이나 걸렸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밀실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 영화에서 소지섭은 사건의 용의자를, 김윤진은 그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변호사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같은 편에 서 있으면서도 진실을 숨기고 서로를 의심하는 캐릭터를 각각 연기하며 “좋은 의미의 기 싸움을 벌였다”고 돌이켰다. 소지섭은 “첫 촬영부터 대본을 통째로 외워 온 선배를 보며 자극받았다. 어설프게 연기하면 완전히 밀리겠다 싶더라”며 혀를 내둘렀고, 오히려 김윤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보여준 소지섭의 “새로운 얼굴”에 놀랐다면서 “이 영화 이후 소지섭 씨에게 스릴러 작품의 제의가 쏟아질 거다. 그의 별명이 ‘소간지’에서 ‘스간지’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소리 내 웃었다.

소지섭은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택한 스릴러물에서 “기존에는 보여드리지 않은 낯선 모습”을 선보인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동안 로맨스물에 속 “반복적인 캐릭터에 흥미를 잃고 있었던 순간”에 만나게 된 악역인 듯 아닌,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캐릭터가 흥미로웠다는 설명이다.

“이런 장르와 캐릭터를 제가 늦게 선택하기도 했지만,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저에게는 이런 스타일의 작품 제안이 많이 안 들어왔어요. 보통은 선한 ‘좋은 사람’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의 해온 연기가 많이 심심하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살인 사건의 피해자 역을 맡아 많은 분량을 함께 연기한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의 나나에 대해 “눈빛이 굉장히 좋은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편견에 대해 묻자 “전혀 없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저도 그쪽(가요계)에 많이 갔다 왔다”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발매한 힙합 앨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영역에 대한 편견은 애시 당초 없었어요. 그쪽에 갔다 올 때마다 저도 욕 많이 먹었거든요. 하하! 앨범 발매는 모든 대중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팬들을 위한 거예요. 팬미팅 등에서 선보일 공연을 위한 거죠. 분명 제가 좋아서 해왔던 음악이지만, 절대 쉽게 한 적은 없어요.”

그는 소속사 51K를 통해 수입·배급사 ‘찬란’에 꾸준히 투자해 해외의 훌륭한 다양성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수익 보다는 손해가 더 큰 투자”이지만 “능력이 허락할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를 통해 제가 받아온 큰 사랑을 관객에게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일부러 돈을 내서 기부를 하기도 하는데, 저는 다른 방식을 택한 거라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냥 제가 좋아서 시작했어요. 좋아서 하다보니까 책임감도 생겼죠. 사실 이렇게 오래하게 될지는 몰랐어요.”

2019년 17살 연하의 아나운서 출신 조은정과 결혼한 그는 “결혼 이후 안정감을 찾게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심리적으로 성숙”해진 것은 물론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불면증까지 없어졌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결혼을 추천하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무조건 추천한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승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