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상대 팀으로 만났던 두산 베어스는 탄탄한 기본기와 디테일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팀이었다. 그때의 '허슬두'를 다시 구축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이승엽(46) 감독은 지난 18일 두산 제11대 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새 감독이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밝히는 건 당연하다. 중요한 건 방향성. 이 감독은 기본기와 디테일을 강조했다. 선임 발표 후 "상대 수비에 맞게 타구를 보내고, 땅볼로 한 점을 내기도 하는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이 감독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올해) 두산은 투타 밸런스가 안 좋았다. 팀 평균자책점(4.45)도 높고 타율도 0.255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두산은 올해 홈런도 101개로 8위에 머물렀다.
정규시즌 9위에 머물렀던 두산이 내년에 왕조의 최전성기를 재현하기에는 선수단 차이가 너무 크다. 대신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던 2015년 두산의 모습은 이 감독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부분이 크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애 올랐지만, 팀 스타일이 매년 같았던 건 아니다. 최전성기로 꼽히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거의 모든 부분이 강점으로 꼽혔다. 선발진은 완벽했고, 타선의 파괴력이 리그 정상급이었다. 마지막으로 우승을 이룬 2019년은 타선 경쟁력이 다소 떨어졌어도 탄탄한 마운드(팀 평균자책점 3.51·2위)와 뒷심으로 우승을 만들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정규시즌 3위와 4위로 내려앉았으나 구위파 투수들을 활용해 준우승을 거뒀다.
이에 앞선 2015년 두산은 리그를 대표하는 '허슬' 팀이었다. 단순 도루 개수(111개)는 6위에 그쳤다. 대신 주자로서 뛰어났다. 주루사가 3.68%로 최저 2위였고 추가 진루 성공율도 45.7%(2위)로 뛰어났다. 팀 타율 0.290(3위) OPS(출루율+장타율) 0.804(4위)로 공격력은 떨어졌지만, 리그에서 가장 낮은 삼진 비율(14.2%)을 기록했다. 20홈런 타자가 김현수(28개)와 양의지(20개) 뿐이었어도 정확한 타격과 진루타와 주루 플레이를 선보였다. 끈질기고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단기전에 힘을 발휘했고, 이 덕분에 그해 가을 '미러클'을 재현하며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다.
두산의 현재 야수진 구성도 빠른 야구에 적합하다. 왕조 시절부터 주전이었던 허경민과 정수빈은 물론 올 시즌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줬던 안권수·김인태·양찬열·안재석·강승호·조수행 등 대부분의 타자들이 20홈런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빠른 발과 운동 능력을 보여준 툴 플레이어 유형이다. 7년 전 두산의 주전들처럼 전성기에 접어든 이들은 아직 없지만, 이승엽 감독의 '청사진'을 실험해볼 조각들은 충분하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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