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 한전, 5년간 8600억원 성과급 잔치…자회사까지 2조5000억원 규모

한국전력공사 정승일 사장이 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에서 열린 현장 국정감사장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5년간 적자가 12조원 넘게 불어나는데도 8600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6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사장 등 이사진에 수천만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21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12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같은기간 임직원들에게 862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3000억원의 적자를 남겨 경영진은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지만 직원들에게는 1인당 700~8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전은 2017년과 2020년에는 각각 4조9532억원, 4조863억원의 흑자를 거뒀으나 2018년 2080억원, 2019년 1조2765억원, 2021년 5조8601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4조303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이 기간 동안 누적된 적자는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전은 C등급을 받았다.

동기간 한전이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2017년 1770억원, 2018년 1675억원, 2019년 1761억원, 2020년 1820억원, 2021년 1600억원 등 총 862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6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봤으나 사장에게는 9300만원, 상임감사와 기타이사에게는 62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전은 에너지원료 국제가격이 오르면서 연말까지 30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국제 연료가격 폭등 같은 비상상황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전력공급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면서 단일 도매가격 결정 구조와 독점적 전력도매시장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전뿐 아니라 한전 자회사들도 최근 5년간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지난달 20일 한전과 11개 자회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공기업들이 지급한 성과급 총액은 2조4869억원이나 된다.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한전(8625억원)이며 한국수력원자력 5233억원, 한국전력기술 2108억원, 한전KDN 1635억원, 한전KPS 1475억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박 의원의 분석에 의하면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도 지난 5년간 영업이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서부발전은 2020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은 2017년 대비 지난해 영업이익이 최대 80.3%까지 급감하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박 의원은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도 국민 혈세를 남의 돈처럼 펑펑 쓴 공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라며 “근본적으로 한전이 독점한 전력시장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에서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전력시장 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