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이태원 참사] 떨리는 손으로 묶은 파란리본...답답한 가족들은 '병원돌이' 중

[지면][이태원 참사] 떨리는 손으로 묶은 파란리본...답답한 가족들은 '병원돌이' 중

아주경제 2022-10-30 16:36: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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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파란색 추모 리본이 달린 이태원역. [사진=최오현 수습기자]]
 

29일 밤부터 151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에는 다음날인 30일 오전 11시까지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시민들이 있었다.

30일 오전 7시에 도착한 사고 현장에는 술에 취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왕왕 눈에 띄었다. 지하철 역사에서도 코스프레 복장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시민들, 벤치에 누워 잠든 주취자 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태원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손잡이에는 파란색 추모 리본이 달렸다. 리본을 단 유모씨(21)는 친구와 선약이 있어 가는 길에 일부러 이태원역을 들렀다. 유씨는 "한쪽에선 사람들이 여전히 놀이인 줄 알고 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분노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하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이곳에 있는 것조차 죄의식이 들어서 오래 있기가 힘들다"며 떨리는 손으로 리본을 묶고 자리를 떴다. 
 
도 넘은 일부 시민들의 '안하무인' 안전불감증에 분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실제 150명 넘는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있던 절체절명의 사고 당시에도 한쪽에선 음주가무가 한창이었다. SNS(소셜네트워크) 상에는 급파된 소방 인력과 구급 차량 바로 옆에서 일부 시민들이 흥겨운 팝송에 맞춰 춤추는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축제 참가자 박모씨(24)는 술에 취해 "이게 큰일인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때 나가면 어차피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어서 술집 마감 시간인 오전 5시까지 놀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친구 최모씨(24) 역시 "소방차와 경찰차가 연달아 가길래 축제라서 소방, 경찰차도 코스프레 하는가 보다 생각했다"고 했다.

상황이 대부분 수습된 낮 12시까지도 현장 한쪽에서는 곡소리가 퍼지는 반면, 한쪽에선 여전히 코스프레 복장의 주취자들이 보이는 생경한 상황이 연출됐다. 인근 편의점 알바생 30대 최모씨는 "한쪽에서 사람들이 죽는데 한쪽에선 사람들이 놀고 있어서 이상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서울 병원 앞에서 대화 중인 경찰과 유족들의 모습. [사진=김세은 수습기자]]
 
사고 발생 현장은 일부 수습됐지만 현장 밖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병원은 참사가 발생한 전날(29일)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연락이 끊긴 가족과 지인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이태원 참사 관련 실종 신고는 3000건을 넘은 상태다. 오전 7시 270건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폭증하고 있다. 실종자와 연락이 두절된 가족 및 지인들은 실종자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병원 응급실,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도 명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30일 오전 6시 4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 안모씨는 "스무살 딸이 이태원에 간 뒤 연락두절이라 일대 병원을 다 돌아보는 중"이라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 씨는 이날 새벽 딸의 사고 소식을 듣고 4~5시간 동안 병원 장례식장 여러 곳을 돌았지만 딸의 생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아직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상황도 비슷했다. 오전 11시께 외국인 남성 두 명과 함께 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러시아 출신 20대 여성 C씨는 "사촌이 어제 사고 현장에 있다가 병원에 간 것까지만 안다"며 "대체 어딨는지 몰라서 가까운 병원부터 다 돌고있다"고 말했다. C씨는 기자에게 사망자 명단이라도 확인할 수 없냐고 절박하게 물은 뒤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 측은 신원 확인된 고인의 유족, 지인이 아닌 이상 사망자 안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오전 내내 시민들이 찾아와 물었지만 사망자 정보를 알려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오늘 오전부터 이태원 실종자 가족, 지인들이 응급실을 많이 찾아왔다"면서도 "정부·경찰 측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하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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