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온 편지]APEC 정상회의, 개방 ·연대의 장으로

문승현 주태국 한국대사(사진=외교부)

[문승현 주태국 한국대사] 올해 11월에는 동남아 지역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캄보디아 프놈펜 ASEAN 관련 정상회의(11.10.-13.)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11.15.-16.), 그리고 태국 방콕 APEC 정상회의(11.18.-19.)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국제행사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이어 현재 우리가 당면한 고유가 및 고환율, 인플레이션 및 저성장, 환경, 안전한 공급망 확보 문제 등에 더해 미·중 전략 경쟁 또한 이 지역 국가들 모두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다. 11월 개최되는 일련의 정상회의 중 마지막에 위치하게 될 APEC 정상회의가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첫째, 이번 APEC 정상회의는 4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되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회복 및 지속가능 성장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특히 최근 강화 추세에 있는 보호무역 조치로부터 자유무역 질서를 옹호해 나가는 것은 동 질서의 혜택을 많이 본 한국과 태국 모두의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 주최국인 태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 어젠다로 ‘개방, 연결, 균형’(Open, Connect, Balance)을 제시하고 자국의 ‘BCG’(바이오-순환-녹색) 경제모델에 기초한 ‘방콕 목표’(Bangkok Goals on BCG Economy)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아·태 지역에서의 보다 자유로운 무역질서, 상호 연계성, 지속가능한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둘째, APEC이 개최되는 현 상황의 지정학적 함의다. 그 핵심에는 미·중간 전략 경쟁이 있지만, 금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APEC은 정치, 안보적 이슈를 다루는 장은 아니고 역내투자 및 교역 활성화가 주된 목적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주최국 태국은 APEC을 포함, 아세안 지역에서 개최되는 일련의 다자 정상회의 과정을 통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행위자들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적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 미·중간 전략적 경쟁 등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전개될 다양한 외교적 노력에 주목,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인·태 지역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메시지 발신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이자, 2023년은 한·태국 수교 6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기조 하에, 인·태 지역의 핵심 국가로서 역내 현안 해결과 미래 질서 형성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기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인태전략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태 지역 주요 국가들이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는 우리의 이러한 전략적 비전, 특히 인·태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우리의 협력 의지를 표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섭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최재천 교수는 그의 한 저서에서 “알면 사랑한다”고 했다. 이번 태국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태국을 더욱 알고 사랑하게 되어 양자간 협력 확대는 물론, 제반 지역적, 세계적 도전에 대응해 나가는데 있어서도 함께 지혜를 모으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