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역대 가장 정치화된 월드컵 되나?

2022 카타르 월드컵: 역대 가장 정치화된 월드컵 되나?

BBC News 코리아 2022-11-10 12:35: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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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위 참가자가 '레드 카드'를 꺼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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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위 참가자가 '레드 카드'를 꺼내 보이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릴 2022 FIFA 월드컵은 역대 가장 정치화된 월드컵으로 기록될까. 이는 '국제 축구 연맹(FIFA)'과 카타르 월드컵 측이 가장 피하고 싶은 헤드라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개막식을 불과 2주도 남겨두지 않은 지난 8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홍보대사가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표현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노동자의 권리, 언론의 자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월드컵을 둘러싸고 이미 논란이 많은 가운데 카타르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칼리드 살만이 독일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이다.

논란이 더욱 커지면서 일각에선 역사상 가장 정치화된 월드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스위스 피파 박물관에서 LGBT 시위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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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피파 박물관에서 LGBT 시위가 열리고 있다

성소수자 권리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리버풀FC'의 성소수자 서포터들이 모인 '콥 아웃츠'의 설립자인 폴 아만은 "처음엔 (카타르 월드컵 측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개선 조치와 함께 성소수자를 위한 조치도 마련해주길 바랐다"고 언급했다.

아만은 지난 2019년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투어의 일환으로 동성 남편과 함께 카타르에 초청됐다.

카타르는 동성연애와 동성연애 관련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로, 이를 어길 경우 벌금형부터 사형선고까지 다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당국은 경기를 보기 위해 카타르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면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식 홍보대사인 살만의 인터뷰 등이 전해지며 아만이 초기에 품었던 낙관적인 희망은 짓밟히게 됐다.

"슬프게도 (성소수자 인권 관련) 문제를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은 뒤로도 카타르 당국은 오히려 성소수자를 더욱 탄압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에서 동성애자들을 구금하며 동성애 전환 치료를 시행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되며 아만은 더 이상 이번 월드컵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카타르 당국이 성소수자를 지속해서 탄압한다는 점이 너무나도 분명한 지금 (월드컵) 참석을 고려하는 건 비양심적이니까요."

선수들의 항의

독일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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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표팀

한편 전 세계 정치인 및 인권단체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 또한 이번 월드컵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례로 덴마크 축구대표팀은 국기와 후원사 로고가 거의 보이지 않는 "톤 다운된" 차분한 유니폼을 착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덴마크,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9개국 대표팀 주장은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무지개 로고가 그려진 '원러브(하나의 사랑)' 완장을 착용하고 출전할 예정이다.

여러 국가 대표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FIFA는 아직 해당 캠페인이 경기 중 선수들의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월드컵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영국 출신의 국제적인 스포츠 변호사 그레고리 요아니디스 교수는 FIFA가 현재 어디까지 규정해야 하는지 그 경계를 설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대표팀은 최근 '경기장 안팎에서 인권을 존중하자'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정치적 발언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글쎄요, '정치적 발언'은 과연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나요? 이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현재 FIFA가 직면한 상황이죠."

한편 아만은 동성애자의 권리는 "근본적으로 사회 이슈이지 정치 문제가 아니"라면서 성소수자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발언해준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월드컵이 실제 개막해봐야 축구팬들은 (그리고 선수들은) 과연 규정이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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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건설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 또한 논란거리다.

인권 및 노동권 관련 조사 기관인 '에퀴뎀'의 설립자 무스타파 카드리는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FIFA 측이 '정치적 발언입니다. 어떤 종류든 제재를 가할 것입니다'고 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에퀴뎀' 측은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불법적인 취업알선료를 내야만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임금을 받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위험할 정도로 고온인 환경에서 일하도록 강요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권을 확정한 이후 외국인 노동자 6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카타르 측은 이 사망자 수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37명이고, 이중 단 3명만이 '업무 관련'이었다고 항변했다.

카타르 당국은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 계약 만료 전 이직할 때 기존 고용주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도(카팔라 제도)도 폐지했다면서, 이는 제도가 개선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리는 이러한 개선 정책이 "분명히 일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많은 개최지 선정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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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외국인 노동자 인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카타르에 개최권을 준 FIFA의 결정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이에 2015년 미국 법무부가 스위스 검찰과 공조해 선정 과정에서 부패 혐의가 있었는지 두 차례 조사를 시작하는 등 카타르는 여러 부정부패 스캔들에 시달렸다.

그러나 카타르 측은 그 어떠한 위법행위도 없었다고 줄곧 부인했으며, 결국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수사는 2017년 FIFA 자체 조사로 사실상 종결됐다.

FIFA의 결정을 지지하는 측은 스포츠를 통해 여러 국가를 참여시키는 것이야말로 개방과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카드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기존에 있던 인권 문제에 관심이 집중됐다"면서도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더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낼 기회가 되진 못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요아니디스 교수는 FIFA가 카타르에 개최권을 안겨준 이유 중 하나로 변화 촉진을 꼽았다.

"FIFA는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느 국가를 (개최지로 선정해) 전 세계에 개방하게 한다면 개인의 자유 등 여러 이슈에서 그 국가가 다른 관점을 취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 및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FIFA의 개최지 선택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러시아 제외

FIFA는 예선 단계에서부터 러시아 대표팀의 경기 참여 중단을 결정하면서 국제적으로 찬사를 받았다.

경기 규칙 위반 등으로 국가 대표팀이 출장 정지 처분을 받는 건 그리 드물지 않지만, 축구와 관련 없는 일로 국가 대표팀이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이, 그리고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이 지배했던 시대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유사한 제재를 받은 유일한 국가다.

이에 요아니디스 교수는 "FIFA는 정치적 발언과 무관한 존재가 되려 애쓰고 있지만, 사실 FIFA 자체가 정치적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FIFA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폴란드, 체코, 스웨덴 등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러시아 팀과 카타르 월드컵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겠다고 항의한 끝에야 FIFA는 러시아팀의 경기 참여 중단 결정을 내렸다.

만약 러시아를 제외하지 못했다면 "다른 참여국들이 들고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게 요아니디스 교수의 설명이다.

'발전, 개혁, 진보'

한편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자국의 월드컵 개최에 대한 여러 논란과 비판에 대해 "지난 수십 년간 중동은 차별당했다"면서 "이러한 차별은 대체로 중동과 중동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로 인한 것임을 알고 있다. 이런 사람 중엔 심지어 우리에 대해 알길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낯선 대륙에서 거대한 스포츠 행사가 열리게 되니 전에 없던 속도로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 국왕은 카타르의 "발전, 개혁, 진보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막식이 다가올수록 경기장 안팎에서 항의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축구 이외의 이유로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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