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게임위 기자간담회, ‘지금’을 안 챙기고 ‘다음’을 생각했다는 게 문제

[기자의 눈] 게임위 기자간담회, ‘지금’을 안 챙기고 ‘다음’을 생각했다는 게 문제

소비자경제신문 2022-11-13 21:22:31 신고

[사진=권찬욱 기자]
[사진=권찬욱 기자]

지난 10일 오전에 서울 서대문구에서 진행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기자간담회 이후 게이머들과 전문가의 여론이 완전히 게임위 폐지로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전에는 일부나마 게임위는 대규모 개혁을 통해 존속시켜야 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간담회 이후 그런 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만큼 이번 간담회가 남긴 파급력은 막대하다. 간담회 이후 몇 차례고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기록을 복기(復棋)해보고는 있지만, 중간중간 발언과 태도가 게이머들의 분노를 부채질했고 이에 대한 일부 해명과 설명도 논란의 근원적인 문제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동반된다고는 볼 수 없었다. 

우선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되었던 블루아카이브의 이용등급 직권재분류 및 상향에 대해 살펴보면 게임위는 게임산업진흥법 등급분류 규정에 따라 음성적인 표현과 성행위 묘사, 그리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적절하지 않은 상황의 묘사를 문제점으로 삼았다.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캐릭터 ‘시시도우 이즈미(수영복)’의 메모리얼 로비 일러스트에서는 문어가 몸에 들러붙은 상황에서 캐릭터가 그 점성을 입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아무래도 게임위는 과거부터 일부 춘화에 문어가 등장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성적인 표현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춘화 중 가장 유명한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문어와 해녀(1820년작)’을 살펴보면 여성은 엄연히 나체였으며, 문어는 두마리가 등장해 자신의 입을 여성의 음부와 입술에 가져다 대는 표현을 통해 문제가 된 일러스트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바다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과 함께 바다생물이 함께 등장하는 것은 창작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조합으로, 해당 일러스트들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또 적절하지 않은 상황의 묘사에서는 전후 맥락이 선정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없었는데도 단편적인 해석으로 판단했다. 추가적인 고려상황으로 고려된 캐릭터 ‘아마우 아코’의 ‘여학생에게 목줄을 채우고 엎드린채 산책이라는 선생과 학생 관계의 부적절한 장면’이라고 소개한 게임위의 주장을 살펴보자. 

해당 장면이 등장한 이유는 선생이 아코의 일을 도와주다가 아코의 제안으로 내기가 붙은 것으로, ‘지는 사람은 목줄 차고 멍멍 짖는다’고 명확하게 상황이 지정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일러스트가 나온 해당 장면과 이후 대화에서도 선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은 고려되지 않았다. 게다가 산책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농담으로 치부됐고, 실제로 엎드린채 걸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도 없으며, 실제 남녀간의 선정적인 장면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물론 해당 장면을 2차 창작에서는 선정적으로 다룰 수도 있겠지만, 2차 창작은 어디까지나 공식이 아닌 개인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게임위가 말하는 ‘선생과 학생 관계의 부적절한 장면’은 공식 스토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거기에 더해 질의응답 시간에서 블루아카이브를 ‘문어 게임’이라고 해야 알아들었다는 것은,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게임위가 논란이 시작된 지 약 2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중심에 있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식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깨닫게 만드는데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위원에 대한 의견도 문제가 크다. “게임 개발·기획자들은 업체와 이익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발언 역시 단편적인 인식으로,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현역이 아닌 사람을 쓰면 될 뿐이다. 한국 게임산업은 이미 1990년대라는 비교적 이른시기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전문위원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도 차고 넘친다.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도 약 20년이상 게임산업에 종사했다고 하는데, 김 위원장만큼 경력 많은 개발자가 국내 업계에 없을리 없다. 또 게임업계에 전문적인 인력은 학자, 교수, 연구원 등도 있기 때문에 개발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게임위 전문 위원 자리에 유튜버, 게임 커뮤니티 장기간 활동가 등을 ‘앞으로’ 세우겠다는 발언과 “여성단체 출신 위원으로부터 ‘이거 중학생에게 보여줄 수 있느냐?’ 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발언은 정말 최소한의 윤리적 장벽만 유지하고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게임위가 이전에도 전문성을 포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발언들은 사람을 격분하게 만드는데 충분하다. “게이머와 사회인의 눈높이가 다르다”·“스팀을 둘러보면 제가 도덕적이진 않으나 역겨운게 있다”는 발언은 그냥 낡고 편협하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국내 게임산업은 90년대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유저층도 미국처럼 2.5세대에서 3세대(조부모·부모·자식)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1·2세대는 모두 사회인으로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고, 이제는 자식 세대에게 어떤 게임을 해야 좋은 게임을 할 수 있는지 추천해줄 수 있는 단계까지 온 상황에서, 게이머와 사회인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것은 기껏해야 ‘2000년대 초 상황과 현재와 같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 밖에 안된다.

그리고 기억해야하는 것이, 게임은 당시나 현재나 제대로 즐길려면 정말 비싼 취미다. 콘솔 기기의 가격은 여전히 사람에게 부담이 되며, 소프트웨어의 가격도 비싸고 관리도 까다롭다. 여기에 각 게임에 어울리는 온갖 부속기기는 재정에 부담이 된다. 여기에 모바일 플랫폼으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대세가 되면서 수십, 수백만원 단위는 우습게 나간다.

가끔 찾아보면 억단위의 돈을 투자한 사람도 있다. 이 돈이 다 어디서 났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당연히 벌어서 충당하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자신이 일하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그 보상으로 게임으로 즐거움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스팀 역시 마찬가지다. 스팀은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오프라인으로 구하는 노력을 줄이고, 판매루트 개척이 필요한 글로벌 중소 게임사들에게 활로를 뚫어주어 게임산업의 무대를 국가별에서 전세계라는 큰 무대로 옮겨주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성인용 게임 역시 이 루트를 타고 판매되긴 하지만, 전체 게임수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으로 단순히 좋은 판매루트이기 때문에 스팀에 존재하는 것이다. 또 스팀은 국제 기준에 따라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위가 역겨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를 보고 역겹다는 것은, 스팀의 순기능은 보지 못한 채 올라오는 보고나 위원들의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듣고 판단했다는 것이 된다. 

게임위는 다음 목표로 게이머들과의 소통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간담회 시작전 이용자 간담회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자는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게임위가 기자간담회를 엉망으로 진행했을 때, 이러한 생각은 의문밖에 들지 않았다. 당장의 기자 간담회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미래에 진행될 게이머 간담회가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사실 이번 간담회도 많이 느린 ‘불붙어서 상당부분 타버린 외양간 수리’였는데, 결과적으로 ‘기름을 부어버려서 불이 집 전체로 옮겨붙는데 끄기도 어려워지고, 화가 난 황소떼가 전력으로 들이받으러 오는 형국’이 되었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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