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흙에서 발견한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암 전이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국내 연구진이 이를 대량생산하는 방법까지 개발했다. '울릉도린'이라 이름 붙여진 신약 후보물질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장재혁 화학생물연구센터장과 그의 연구팀이 암 전이 억제 효과를 지닌 신약 후보물질 ‘울릉도린’을 발굴했다"고 17일 밝혔다.
울릉도린은 울릉도 토양에 사는 토종 미생물 ‘방선균’이 배출하는 2차 대사산물이다. 미생물은 음식물을 먹고 여러가지 대사산물을 배출하는데 이는 용도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미생물의 몸을 구성하는데 쓰이는 것이 1차 대사산물, 외부 위험요소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 2차 대사산물이다.
연구팀은 유방암 세포주인 MDA-MB-231을 활용해 울릉도린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울릉도린이 암세포 이동 속도를 80~9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암 세포가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지면 암이 몸에 전이되는 속도도 줄어든다. 울릉도린이 암 전이 억제용 치료제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울릉도린 생산이 문제였다. 장 센터장은 “연구팀이 채취한 방선균은 울릉도 토양 환경에서 곰팡이를 비롯한 다른 미생물들과 섞여 살고 있었다”며 “2차 대사산물은 미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것인데, 외부 위협 없이 방선균만 있는 실험실에서는 2차 대사산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방선균을 남극 킹조지 섬에 서식하는 곰팡이와 함께 살게끔 혼합배양시켰다. 방선균만 있던 실험실 환경에 일부러 외부 위협 요인을 배치해 2차 대사산물을 배출하게끔 한 것이다. 그 결과 방선균은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울릉도린을 배출했다.
다만 연구팀은 남극 곰팡이가 생산하는 물질들 중 정확히 어떤 것이 방선균의 울릉도린 생산을 유도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현재 해당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울릉도린이 암세포 이동 속도를 낮추는 정확한 원리를 확인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울릉도린이 암 전이를 억제하는 기전을 규명한 뒤 동물실험을 거치면 기술이전도 가능하다.
장 센터장은 “인류가 현재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미생물 수는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여전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도 암을 비롯한 여러 희귀 난치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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