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코노미④] 차별와 역차별 사이에 있는 ‘여성 전용 공간’

[젠더 이코노미④] 차별와 역차별 사이에 있는 ‘여성 전용 공간’

투데이신문 2022-11-18 22:35:00 신고

3줄요약

우리 사회에는 남성과 여성, 즉 성별에 따라붙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케팅에 나섰다가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가 무너지는 사례가 잦아 젠더 이슈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 전반에서는 성별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산적해 있다. 이처럼 남녀 간 전반적인 불평등과 격차 등은 현대사회의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제 소비자‧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젠더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갖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에 <투데이신문> 은 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젠더 차별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조명함으로써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탐색해봤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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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거기는 ‘레이디존(Lady Zone)’이라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최근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한 김모(26‧남)씨는 마침 비어 있는 기구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보라색 조명이 깔리고 분홍색 테이프로 경계선이 쳐진 해당 공간 입구에는 ‘이곳은 여성 전용, 레이디존입니다. 남성 회원님은 머신이 비어 있더라도 이용을 삼가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에 김씨는 “굳이 레이디존을 만들어 성별을 구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같은 돈을 내는 상황에서 여성에게만 따로 공간이 마련돼 있는 것을 보면 허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본래 여성 전용 공간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작된 정책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기업에서 운영하는 여성 전용공간의 경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에서 비롯됐다. 최근 기업에서는 여성 전용 칵테일바‧사우나 등과 같은 여성만을 위한 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여성 전용 공간은 안심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여성 소비자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여성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매출향상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여성 전용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여성 전용 공간은 반대로 남성들에게는 차별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리고 여성 전용 공간이라는 명목으로 여성들은 남녀가 같이 이용하는 공간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에서 여성을 위한 공간이 여성의 조바심과 우려심을 이용했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여성들만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도 성차별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여성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상당수 설치돼 있지만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마저 제대로 배치되지 않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이에 여성이 양육을 떠맡고 있다는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돼 남성권력적인 공간이자 성편향적인 공간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여성 화장실에서의 파우더룸 역시 여성에게만 한정된 꾸밈 노동의 반영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여성 전용 공간이 겉으로 볼 때에는 여성 보호와 우대, 배려적인 측면으로 보이겠지만 남녀 공간을 모두 통틀어봤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  이렇듯 여성을 위한다는 공간은 여성이 보호받아야만 한다는 편견과 함께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성고정관념을 공고하게 만드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성별과 공간에 대한 심층적 고민과 이를 반영한 공간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 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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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여성 공간?…역차별‧실효성 논란 제기돼

배려의 취지에서 시작된 여성 전용 공간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특혜이자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작 여성들 사이에서도 여성 전용 공간의 필요성‧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여성 전용 공간은 여성의 출입만 허용되는 물리적 구역이다. 이는 즉 여성이 남성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여성에게 ‘남성이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 것일까. 여성 전용 공간이 도입된 배경을 다시 짚어보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취지가 크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이 이같은 여성 공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여성 전용 시설이 너무 과한 데다 이 같은 행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성 전용 시설도 만들어달라는 요구와 여성 전용 시설을 폐지하자는 청원 글이 올라왔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여성 전용 공간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진정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김모씨(26‧남)는 “아무래도 여성에게 특혜가 간다는 느낌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성별에 따라 나누는 공간을 보면 아무래도 편향적으로 쏠리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에 역차별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황모씨(25‧남) 또한 “여성 전용 시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성별에 따라 나뉜 시설들이 눈에 들어올 때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며 “남녀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은 현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여성 전용 공간이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그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모씨(27‧여)는 “신체적인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굳이 성별에 따라 공간을 나눌 필요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여성의 안전보호와 관련해서도 괜한 편견을 만드는 것 같다. 여성 전용 공간의 장점을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씨(45‧여)는 “오히려 (여성 전용 공간이)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는 가급적이면 이용하지 않게 됐다”며 “오히려 안전 요원이나 CCTV를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만 인천에 거주하는 강모씨(28‧여)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을 왜 비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여성이 약자였던 과거가 있는 만큼 아직 사회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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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공간 만들어진 배경은?…‘낯선 남성’ 피하는 여성들

“내가 공공장소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결국 내가 뭘 읽는지 궁금해하는 남자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내가 남자와 함께 공부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 앉아있을 때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 레슬리 컨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152쪽 中

우리나라에서 여성 전용 공간이 화제의 중심에 떠오르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각 지자체별로 여성들의 안전보호를 증진시키고자 ‘여성 친화적 도시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여성 전용 공간은 이제 공공시설을 넘어 민간 사업장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과 관련된 공간뿐만이 아니라 오락적 성격을 띤 장소에서도 여성 전용 공간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마련한 호텔 1박과 파마자를 제공하는 이벤트는 여성만 응모가 가능했고, 서울 강남에는 여성 전용 당구장이 등장했다. ‘인스티즈’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전용 칵테일바를 추천하는 게시글과 함께 여성 전용 사우나에 다녀왔다는 후기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가게와 상권마다 가격의 차이는 보이지만, 여성 전용이 들어가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져 가기 꺼려진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특히 여성 전용 원룸의 경우에는 월세가 일반 집보다 더 높았고, 여성 전용 택시 콜비도 기본요금보다 5000원가량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여성의 안전을 담보로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핑크택스’(Pink Tax) 논란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성 전용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은 많다. 그렇다면 여성 소비자들은 왜 돈을 더 내서라도 여성 전용 공간을 찾거나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에는 소비자가 찾아가게끔 욕망을 자극하는 ‘장소성’이 고려된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23> 에서는 이러한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고 정의했으며,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머물게 하는 ‘인력(引力)’이 있다고 봤다.

이를 여성 전용 공간에 적용해보면, 여성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을 만듦으로써 여성 고객의 발길을 끈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 같은 전략은 여성 고객의 권력, 혹은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 소비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업계의 경우 여성의 취향 등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마련하는 여성 전용 공간은 여성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한 것에 기인 되는데, 여성 고객들은 왜 남성이 배제된 공간을 추구하게 된 것일까.

영국 리즈대학교 지리학과 질 발렌타인 교수는 공간과 사회가 단순하게 상호작용하거나 반영할 뿐만 아니라 상호적으로 구축된다고 정의한 바 있다. 그는 공적 공간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폭력에 대한 공포를 ‘공간과 정체성 간의 관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의 연구논문인 ‘젠더와 공적공간의 생산’에 따르면 여성들이 거리에서 느끼는 범죄에 대한 공포는 누가 이 공간을 점유하고 통제하는가에 따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여성의 공포는 밤에 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어두워진 이후 거리를 사용하는 방식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학교나 일터 등에 가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에 의해 점유되지만, 사람들이 적은 밤에는 여성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집단인 ‘낯선 남성’들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권정윤 연구위원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타깃을 특정할수록 상품과 서비스, 공간 등을 제공함에 있어 유리해진다. 이러한 마케팅의 일종을 ‘니치 전략(niche strategy, 틈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아무래도 이때까지 여성이 소수 쪽으로 여겨진 과거가 있는 만큼 지금까지 겪어온 여성의 불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공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소비자의 이용 빈도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 또한 이 같은 사회적 맥락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좌측부터)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여자 화장실, 기저귀 교환대가 없는 남자 화장실 ⓒ투데이신문
(좌측부터)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여자 화장실, 기저귀 교환대가 없는 남자 화장실 ⓒ투데이신문

성편향 공간, 고정관념 낳는다…여성 역할 무언의 강조

여성 전용 공간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됐다. ‘여성을 위해’,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 등과 같은 말이 마치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하지만 여성 전용 공간에는 정말로 배려만이 담겨 있을까.

여성 전용 공간에는 굳이 ‘전용’이라는 말이 붙지 않아도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장소가 있다. 대표적으로 파우더룸, 화장실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적인 공간에도 젠더 갈등이 존재한다.

여성이 화장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파우더룸은 여성 화장실에 가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백화점을 비롯한 여성 이용객이 많은 상업 시설의 경우 아예 독립해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여성은 당연히 화장을 한다는 고정관념과 함께 ‘꾸밈 노동’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8‧여)는 “여성들 중에서도 꼭 화장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나 또한 예전에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겠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남자 화장실에서도 기저귀 교환대 미설치, 수유실의 남성 출입 제한 등과 관련된 젠더 차별이 확인됐다.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하는 이른바 ‘육아남’, ‘살림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들을 위한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자가 인근 백화점 3사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여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반면 남자 화장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나마 최근 남자 화장실에서도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한 백화점의 경우 여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전 층마다 설치돼 있지만 남자 화장실은 일부 층에만 설치돼 있었다.

이에 결혼 2년 차에 접어든 박모씨(32·남)는 6개월 된 아기와 외출할 때가 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밖에서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면 매번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한다”며 “최근에서야 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없는 곳이 더 많아 처음부터 아내와 같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수유실이 ‘엄마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어 남성이 이용하기 힘들다는 고충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화재청에서는 고궁 내 수유실에 남성 출입을 제한했던 바 있다.

창경궁을 관람하던 A씨는 영유아를 동반해 수유실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로 제지를 받았다. 이후 A씨의 진정서를 계기로 0~2세 영유아를 동반한 관람객은 성별과 관계없이 전국 고궁 수유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수유실의 남성 출입에 관해서는 여성들 입장에선 불편하다는 주장과 아빠의 육아 참여를 막아선 안된다는 상반된 주장으로 갈리고 있다. 그러나 수유실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의견으로 모아진다. 가림막이나 커튼 등 허술한 장치 대신 수유실 내부에서도 철저한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은 백화점에서는 남성도 이용이 가능한 가족 수유실을 늘리면서 공간 분리와 설비 등이 잘 갖춰진 상황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에서는 구색만 갖춘 불편한 곳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육아 카페인 ‘아띠아모’에서는 한 누리꾼이 ‘수유실 괜찮은 마트’를 찾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백화점 수유실은 괜찮았는데, 대형마트 수유실은 너무 춥고 좁아서 놀랐다”는 경험담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순히 남성 공간의 배려 부족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에 대한 숨은 성고정관념을 공고히 한다는 점이다. 기저귀 교환대 설치가 여자 화장실에만 있는 점이나 여성만 출입 가능한 수유실 사례들은 육아 활동이 ‘엄마의 몫’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에게만 육아와 돌봄의 책임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공간 또한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기저귀 교환대가 여성 화장실에만 많은 것은 여성에게만 육아와 돌봄이 더 과도하게 치중되고 있는 현상에 의한 것”이라며 “수유실의 경우 남성이 들어가면 눈총을 받게 되는 것도 여러 사회적 요인이 작용 되는 만큼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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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맥락‧변질된 논의…여성에 대한 인식 개선돼야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여성 전용 공간의 무용론으로 확장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필요성‧실효성 유무를 넘어 그 방향이 올바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남성 측에서는 소외를 외치고 있고, 여성 측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만큼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에서도 여성 전용 공간을 제공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여성만의 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현 사회의 그림자를 이해해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는 이면에 숨어있는 성고정관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

인권위의 ‘자유토론’ 게시판에 올라 온 ‘여성 전용 공간은 남성을 차별하자고 만들어진 공간이 아닙니다’라는 글에서는 여성 전용 공간이 필요한 맥락에 대해 정확히 짚고 있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여성 전용 공간은 남성을 차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이 차별당했기 때문에 생긴 것. (여성이)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안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며 “여성은 살면서 수많은 범죄에 노출되고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에서도 여성 권리 보호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별로 여성친화 도시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민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포럼과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전용 공간의 탄생 배경과 사회적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혜택을 받는 것 같다는 시선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여성의 안전을 위한 배려, 혹은 조치로 여겨야 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한 공간에 있어도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위협을 남성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 ‘나의 공포’가 아닌 이상 이해가 어려울 것”이라며 “평등 문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데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외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벽 너머를 볼 수 있는 키 큰 사람과 볼 수 없는 키 작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여기서 벽 너머를 못 보는 키 작은 사람을 비난하면 안된다”며 “키 작은 사람을 위해 밑에 받침을 만들어 키를 맞춰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성범죄로 인해 마련된 여성 전용 공간이 점차 그 원인, 혹은 맥락이 됐던 주제가 잊혀지고 다른 논의로 변질되고 있다”며 “한국 자본주의에는 여성이 약자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여성의 권리가 올라가는 중이라곤 하지만 아직 충분치 않은 것이 현 주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권익이 보장받는다고 남자들의 권위가 낮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이를 승자와 패자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지학 소장 또한 “성별에 따른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나오는 말이 ‘왜 배려해야 되냐’는 말이다. 하지만 현 사회 자체에서 여성 피해자가 많은 시점인 만큼 여성 전용 공간은 한시적인 조치인 것”이라며 “차별, 억압, 폭력 등으로 인해 마련된 공간이 특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을 성적 대상이 아니고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는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련 교육이나 처벌 등의 제도 마련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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