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한국시간) 잉글랜드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를 앞두고 이란 대표팀의 주장 에산 하지사피(32)가 이란 내 반정부 시위 탄압 문제를 언급했다.
최근 이란에선 몇 달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당국은 이를 강경 진압하고 있다.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하지사피는 대표팀 선수들 또한 이번에 희생된 이들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사피는 "조국의 상황이 옳지 않으며, 이란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권 운동가들에 따르면 현재 이란 보안군의 진압으로 시위대 4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6800여 명이 체포됐다고 한다.
이란 당국은 이번 시위가 외부 적들이 조직한 "폭동"이라고 주장한다.
카타르 도호에서 20일(현지시간)열린 기자 회견에서 "무엇보다 이란의 모든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입을 연 하지사피는 "우리는 유가족과 함께하며 이들을 지지하고 이들의 마음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리스 AEK 아테네 FC 소속 수비수인 하지사피는 "현재 조국의 상황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이란이 처한 상황은 좋지 않으며, 선수들도 이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우리는 이곳(카타르)에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는 것도, 우리가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의 모든 것은 그들로부터 나온 것입이다. 우리는 싸워야 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쳐 득점해 이란의 용감한 이들에게 좋은 결과를 안길 것입니다."
또한 "국민들의 바람대로 현재 상황이 바뀌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인권 운동가들은 이란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혹과 이란 내 여성 인권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이란을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별한 발언'
분석: 샤이마 칼릴, BBC News, 도하
하지사피의 이번 발언은 특별하다. 발언의 내용보다도 누가, 어디서 이런 말을 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 대회 중 주장의 정치적인 발언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하지사피는 시위대의 편에 서서 이란 국민들이 처한 상황이 불행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하지사피 선수가 해당 발언을 한 지역이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 즉 이란의 주요 동맹국이라는 것이다.
지난 며칠간 이곳 카타르 도하에서 많은 이란 여성을 만났다. 고국의 상황에 대해 화가 나기에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어 기뻐했지만, 말을 아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발언하든 하지 않든 모든 여성들이 결국 이란 대표팀도 결국 정부와 연결돼 있기에 이들을 응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지사피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하지사피 선수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진 불확실하다. 일각에선 사망한 시위대가 아닌 진압 도중 사망한 경찰관들에게 조의를 표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란은 당국의 억압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폭력적으로 진압당하는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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