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3년’ 첫 시집 낸 김홍조 “詩는 읽는 사람의 몫”

‘등단 13년’ 첫 시집 낸 김홍조 “詩는 읽는 사람의 몫”

이데일리 2022-11-22 06:30:00 신고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홀가분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김홍조(68) 시인이 첫 시집 ‘살바도르 달리 표 상상력 공작소’(한국문연)를 펴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2009년 계간 ‘시에’를 통해 등단한 뒤 13년 만의 결과물이다.

김 시인은 최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시집을 내야겠다는 욕심은 없었다”며 “등단 이후 틈틈이 써오기만 하다가 3년 전 뇌경색 진단을 받고 그간 모아두었던 시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내 감정도 정리한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김홍조 시인(사진=작가 제공).
“젊은 시절에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기 몸을 학대하며 파괴적으로 분출해 왔다면, 나이가 들면서 숙고하고 반성하게 됐죠. 일단 시들을 묶어보자. 그간의 시어들을 정리해야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해온 그는 3년 전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직장을 그만둔 후에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첫 시집에는 문예지에 발표해왔던 기존 시 20여편과 새로 쓴 시들을 묶어 총 47편을 담았다. 첫 시집의 제목은 그의 등단시로, 시집의 표제시가 됐다.

그의 시는 정겨우면서도 쓸쓸하다. 행간 곳곳에 오래된 골목 풍경이 있다. 김경호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그의 시어는 낡은 골목을 어슬렁거리면, 들려오는 다양한 장르의 옛 노래가 흘러나와 걸음을 멈추게 한다”며 “굽이굽이 시인이 걸어온 길, 곡강 같은 시인의 발길에 무수히 필사하다 버려진 파지 같은 낙엽이 바랑에 뒹굴고 있다”고 썼다.

김 시인의 시선은 구석진 곳을 찾아 떠돈다. 보따리 싼 엄마, 웃풍에도 연탄을 못 사는 가난, 도로변에서 야채 파는 할머니, 서울역에 앉아 고개를 떨군 노숙자 등 오롯이 현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재훈 시인은 김홍조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김홍조는 시를 통해 영혼의 대화를 우리에게 전시한다. 그것이 우리 곁의 성자를 호명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며 “할머니와 노숙자야말로 우리 곁의 성자라는 사실을 시인은 발견한다”고 비평했다.


그가 여전히 천착하는 시어들도 다르지 않다. 김 시인은 “내 시어의 진원지, 발원지는 연민”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민감했다. 의식적으로 그런 시편들을 써야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소용돌이 치는 감정의 출발점이자, 값싼 동정이라고 폄하하기 보다 관심”이라고 했다.

이번 첫 시집은 대중과의 약속이자 김 시인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는 “시집을 내놨으니 미련 가질 일은 없다”면서도 “이 시가 제시했던 방향, 나 그리고 화자와의 약속, 그런 것을 지키는 것에 방점을 찍고 개인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작을 해서 여러 권의 시집을 내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한 두 권 종수가 들어가 있는 시집을 가지면 그것에 만족한다”고 웃었다.

“이제 내 손을 떠났으니 이제 읽는 사람의 몫이죠. 시인으로서 독자가 시어 하나에 공감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죠. 독자들에게 시인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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