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슈팅 제로'에도 환하게 빛난 해리 케인

케인이 21일 이란과 경기에서 2도움을 올리며 잉글랜드의 대승을 이끈 뒤 박수 치고 있다. /도하(카타르)=AFP 연합뉴스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골을 넣지 못했지만 가장 환하게 빛났다. 2018 국제 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득점왕 해리 케인(29)이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30)과 보여주던 월드클래스 기량을 뽐내며 잉글랜드에 대회 첫 승을 안겼다. 
 
케인은 21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과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4-2-3-1 전형의 원톱으로 나서 잉글랜드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31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도움 2개를 기록했다. 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않았으나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잉글랜드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케인은 이란전에 잉글랜드의 원톱으로 나서 2도움을 기록했다. /그래픽=심재희 기자

전반 7분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트피스 공격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며 기회를 만들었다. 케인의 발을 떠난 공은 날카롭게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를 파고 들었다. 이때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30)가 몸을 던져 수비하다 수비수와 부딪혀 부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일어나 경기를 재개했으나 뇌진탕 증세를 보여 교체됐다. 
 
이후 잉글랜드는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주전 수문장이 빠진 이란을 몰아붙였다. 전반 35분과 43분 주드 벨링엄(19)과 부카요 사카(21)가 연속 득점하며 앞서나갔다. 이어 케인이 도우미로 변신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반 46분 수비수를 앞에 두고 정확한 크로스를 건네 라힘 스털링(28)의 득점을 도왔다. 

케인(제일 오른쪽)이 21일 이란전에서 스털링(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세 번째 골을 도운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도하(카타르)=연합뉴스

후반전 들어서도 케인은 '도우미'로서 팀을 위해 헌신했다. 미드필드 진영까지 많이 내려 와 이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동료들의 2선 침투를 도왔다. 후반 10분 중앙선 근처에서 절묘한 원터치 패스로 스털링에게 찬스를 만들어 박수를 받았고, 후반 27분에는 포스트 플레이로 공을 소유한 뒤 마커스 래시포드(25)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해 잉글랜드의 5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0-0-0-2-13. 이날 케인이 써낸 주요 기록 수치다. 슈팅과 유효슈팅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 득점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2개의 어시스트를 마크했다. 13번의 순도 높은 패스로 잉글랜드 공격의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케인은 소속팀 토트넘에서 자주 '도우미'로 변신한다. 손흥민과 스위치 플레이를 자주 펼치며 공격의 파괴력을 높인다. 손흥민에게 그랬던 것처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수비수를 달고 빈 공간을 열어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공중볼 다툼과 포스트 플레이, 그리고 날카로운 크로스 등으로 삼사자군단의 간판공격수 임무를 확실히 해냈다. 
 
축구에 '골잡이는 골로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주포 케인의 '슈팅 제로'가 더 반가울 법하다. 과연, 지난 대회 득점왕 케인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도움왕에 오를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스포츠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