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청각장애인이냐"...무한도전PD, MBC 떠나 중국에서 쫓겨난 충격적인 이유

"우리가 청각장애인이냐"...무한도전PD, MBC 떠나 중국에서 쫓겨난 충격적인 이유

살구뉴스 2022-11-24 18:31: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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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1995년 한 공중파 PD는 자신이 연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국내 최초로 자막을 도입했다가 "우리가 청각장애인이냐"라는 항의를 들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초로 예능 프로에 자막을 도입하고 부장에게 "미쳤냐"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주인공은 MBC 출신 김영희 PD입니다.

사진=MBC '놀러와'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자막은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에만 사용되었는데 당시 MBC 소속이던 김영희 PD는 일본 후지TV에서 6개월 연수과정을 거친 후 '국내 예능 프로에 자막을 통해 생동감을 주고 싶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1995년 김영희 PD는 자신이 연출 중이던 'TV파크'라는 프로에 수백 개의 자막을 사용했고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방송국에는 "우리가 청각장애인인 줄 아느냐"라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사진=MBC '놀러와

논란이 일자 직속 상사인 부장 역시 김 PD에게 "미쳤냐"라며 자막을 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희 PD는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갔고 그로부터 6개월 후 대한민국 예능은 모두 자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신 예능의 선두주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부산 출신의 김영희 PD는 1960년생으로 올해 63세입니다. 경희대 부속초등학교 재학 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고,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야구 명문중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었습니다. 이후에는 특별한 목표 없이 그저 중고등학교 내내 반장을 하면서 공부도 잘하고 활동적인 모범생으로 자랐습니다.

군인 출신으로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그 즈음 대학에 입학한 김영희 PD는 그저 '등록금이 가장 싸다'라는 이유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김영희 PD는 교사보다는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을 찾아 PD시험에 응시했는데 한 번에 붙게 되면서 1986년 MBC 예능국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사진=MBC

조연출을 거쳐 정식 PD가 된 이후 김영희 PD는 MBC 간판 프로였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이어 맡으면서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 MBC '양심냉장고'를 통해 일명 스타PD가 되었습니다. 기획 당시 정지선을 지키는 차량 운전자에게 냉장고 선물을 준다는 콘셉트에 대해 "이게 무슨 재미가 있냐", "톱 연예인이 나와야 시청률이 나오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라니", "정지선 지키는 사람도 없을 거다" 등 네티즌의 부정적인 의견에 맞서면서도 김영희 PD는 프로그램 기획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사진=MBC

어렵사리 프로그램 편성에 성공한 이후에도 촬영 과정은 힘들었습니다. 첫 촬영 날 새벽 3시까지 지나가는 모든 차들이 정지선을 지키지 않자 추위와 졸음에 못이긴 스태프들은 "할 만큼 했으니 철수하자"라고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김영희 PD는 "해가 뜰 때까지 촬영할 것이고, 주인공이 안 나타나면 내일 다시 할 것이다"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결국, 그날 새벽 4시 13분 기적처럼 양심냉장고 1호의 주인공이 나타났습니다. 텅 빈 도로 위에 길을 건너는 사람도, 보는 이도 없는 곳에서 홀로 끝까지 빨간 신호를 지키며 정지선에 정차한 주인공 차량은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차를 출발하려고 하는 바람에 김영희 PD가 직접 몸으로 차량을 막아서고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차량에서 내린 주인공은 지체장애인 부부 이종익 씨였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종익 씨 부부는 "왜 신호를 지키셨냐"라는 질문에 "내가 늘 지켜요"라는 답변을 내놓으며 전 국민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해당 코너의 2회에 1회분을 재방송으로 내보내는 파격 편성까지 이루어졌습니다. 덕분에 양심냉장고 방영 후 '일밤'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서 30% 이상으로 급등했습니다.

착한 예능 컨셉으로 예능국장까지

방송 초반 협찬 없이 '가장 비싼 선물을 주고 싶다'라는 기획으로 냉장고를 상품으로 마련한 김영희 PD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본사에서 냉장고를 무료로 협찬받아서 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후 김영희 PD의 일명 '착한 예능' 컨셉트는 국내 예능의 판도를 바꿔놓았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양심냉장고 이후 내놓은 MBC '칭찬합시다',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유명 연예인 없이 일반인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꾸리면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청소년에게 관심을 둔 '신동엽의 하자하자', '얘들아 행복하니' 등의 코너와 장애인에게 관심을 둔 '눈을 떠요' 같은 코너는 0교시 폐지와 각막이식수술 진행 등 사회적 영향력까지 행사했습니다.

덕분에 김영희 PD는 부당대우로 재직 중이던 2005년 45세의 나이로 'MBC 최연소 예능국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시 MBC측은 그를 국장직에 임명하기 위해 부장대우를 국장으로 선임할 수 없는 기존 규정을 수정하기까지 했습니다.

막 예능국장 자리에 오른 김영희 PD는 당시 시청률이 부진하던 '무한도전'의 폐지를 막은 장본인입니다. 워낙 시청률이 안 나오다 보니 편성부에서는 프로그램 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오갔고, 이런 상황에서 김영희 PD는 책임자들에게 "다른 거는 내가 다 바꿔도 이건 안 바꾼다"라고 적극 설득했습니다.

사진=tvN '유 큐즈 온 더 블럭'

김영희 PD는 2021년 5월 5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그 당시에 대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김영희 PD는 "지켜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있는데 시청 습관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계속 본다고 생각했다"면서 확신으로 밀고 나간 이유를 전했고 이에 유재석은 "국장님이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해'라고 말했다"면서 "그 한마디가 저희들한테 힘이 많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재석은 김영희 PD에게 무한도전이 폐지설을 겪을 당시 프로그램과 자신을 믿고 폐지를 막아준 김영희 PD에게 존경심을 보이며 "누군가에게 애정 어린 관심은 그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고 "지나서 하는 이야기지만 '이거 어떻게든 한 번 해봐야겠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는데'라고 생각했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중국진출까지 성공적...하지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2011년 김영희 PD가 내놓은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역시 화제성과 시청률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역대급 히트작이었습니다. '나가수'는 당시 아마추어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이던 분위기를 프로의 세계로 끌어들여 국민적 관심을 얻었습니다.

이후 김영희 PD는 '나가수'의 포맷을 구입한 중국 후난위성TV에 제작노하우를 전수하고자 중국에 건너갔다가 중국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2015년 MBC를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국 PD 최초로 중국 현지에 외주제작사를 세운 김영희 PD는 2016년 후난위성TV 예능프로 '폭풍효자'를 선보였습니다. 할리우드보다 더한 신급 대우를 받는다는 중국 연예인들은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김영희 PD는 이들을 설득해 자신의 고향 혹은 부모의 고향에 가서 부모와의 일상을 공개하는 콘셉트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12부작 해당 프로를 만드는 데 들어간 제작비는 무려 400억 원, 스태프는 총 600명, 총 수익 800억 원에 순수익만 해도 200억 원을 기록하면서 김영희 PD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예능 판도를 관찰 예능으로 바꿔놓았고, 스튜디오물이 전부이던 중국 예능에 야외 버라이어티를 자리 잡게 했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그런 김영희 PD 역시 한한령의 여파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 11월경 찾아온 한한령은 뚜렷한 실체는 없으면서도 프로그램을 기획한 한국 제작진의 이름을 내걸지 못하게 하는 등 영향이 어마어마해서 결국 김영희 PD 역시 중국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018년 11월 김영희 PD는 MBC로 돌아와 콘텐츠 제작 부문 총괄역을 맡게되면서 아쉽게도 예능에서 김영희 PD의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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