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징계 논란…노동위는 ‘부당징계’ 판정

[단독] 한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징계 논란…노동위는 ‘부당징계’ 판정

투데이신문 2022-11-25 17:37:05 신고

3줄요약
[이미지제공=한국전력공사]
[이미지제공=한국전력공사]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에게 자체 징계를 내렸다가 부당징계라는 판정을 받았다. 한전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나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5일 <투데이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이하 강원지노위)는 지난달 한전이 직원 A씨에게 내린 정직 1개월 처분에 대해 부당정직이 인정된다며 이를 취소하고 정직기간에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앞서 한전 강원본부는 지난 5월 직원 A씨에 대해 업무소홀과 회사예산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공채신입으로 한전에 입사했으나 1년여 가까이 직장상사인 팀장의 폭언과 욕설, 그리고 몇몇 팀원들의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 인사고충 게시판에 이에 대한 고충을 올렸지만 한전은 A씨가 면담 뒤 게시글을 삭제하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월 한전 강원본부로 업무소홀에 따른 민원 유발 및 예산의 사적 사용 등으로 A씨를 고발한 익명 신고서가 접수됐다. 한전 강원본부는 다음달인 2월 A씨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며 업무소홀과 회사예산 사적 사용을 귀책사유로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부당한 징계라며 반발, 강원지노위에 구제신청을 제출했다. 강원지노위는 자료 검토와 당사자를 심문한 사항 등을 종합해 “A씨는 신입사원으로 업무가 서툴렀을 뿐 아니라 입사한지 얼마 안 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소홀로 인한 민원 유발은 경징계 사유”라며 “사택비품 지원품목에 허용되지 않는 비품을 구매했으나 이 물품을 자기 소유물로 영득할 의사가 없던 점에 비춰 중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강원지노위는 “A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이유는 익명 제보에 의한 것인데 이는 A씨가 입사 후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두 차례에 걸친 신고가 있었던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전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입은 직원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징계에 처한 조치는 “사회통념상 징계권을 일탈·남용한 조치”라는 것이 강원지노위의 지적이다.

한편, 한전 강원본부 직원 2명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 사택 내부까지 무단으로 조사한 혐의(특수주거침입, 주거수색)로 고발돼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냉장고 안, 찬장 안까지 뒤졌는데 가구 내부의 물품까지 수색하는 것은 수사기관도 영장을 받아 집행해야 한다. 기업 직원이 그런 식으로 수색할 수 있는 규정이나 권한은 없다”라며 “이들의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면 관리감독 소홀로 한전에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한전이 자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했는데 본인이 되레 팀원들을 괴롭힌 가해자라는 결론을 낸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4월경 괴롭힘 사건을 구두로 신고한 바 있다고 했으나 한전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 이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팀장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 회사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내가 팀원들을 괴롭혔다는 신고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8월에 회사 심의회에서 결론을 내렸는데 내가 신고한 사항들은 부결됐고 팀원들을 괴롭혔다는 사안은 1명만 빼고 가결처리됐다”고 전했다. 그는 “심의회 회의록을 봐도 결과만 기재돼 있고 내가 어떤 가해를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회사에서 자세한 내용을 아직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팀에서 막내인 30대 초반 신입사원이 팀원들을 어떻게 괴릅힐 수 있냐”라고 반문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사람이 가해자로 둔갑하는 것을 보면 회사가 사건을 잘 해결하려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답답해했다.

한전은 본지의 취재요청에 “지침상 설명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한전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엮어 있다보니 지침상 관련한 얘기를 할 수 없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많은 사업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직적인 공공기관 문화로 인해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지난달 5일 고용노동부가 60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32곳에서 81건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된 사업장은 각 10건의 신고가 접수된 한전과 한전KPS였다.

한전은 법 위반이 없음을 확인한 경우를 제외에도 8건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으며 이 중에서 신고자 본인이 직접 신고를 취하한 경우를 제외하면 4건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은 “공공기관의 조직문화를 고려하면 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주무 중앙부처가 꼼꼼히 살피고 반복된 신고가 접수되는 기관은 엄중히 대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산업통상자원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