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시멘트·철강 막대한 피해…"누적 손실 1조 달할 듯"

[폴리뉴스 김성은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에 정부가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시멘트 업계의 하루 매출 손실이 18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30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주최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화주 단체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국내 일일 시멘트 수요는 성수기 기준으로 약 18만∼20만t(톤)"이라며 "평일 기준 10% 미만 출하로 하루 180억여원의 막대한 매출 손실이 발생해 시멘트 업계의 경영 악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비조합원들조차 화물연대의 위협과 운송거부 동조로 수송을 기피해 동해, 단양, 제천 등 시멘트 생산공장은 물론, 수도권 유통기지는 완전히 출하 중단 상태"라고 전했다.

전날 정부는 피해 규모와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멘트 분야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시멘트 관련 업종 운수사만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그러나 시멘트 외 다른 분야도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8개 건설사, 전국 459개 건설 현장 가운데 256개 현장(56%)에서는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28일부터 출하 차질이 발생하며 일평균 출하량(7만4천t)의 30% 수준만 출하하는 가운데,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이에 따른 일평균 피해액이 약 68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또 현 상황이 지속되면 이번 주말부터 가동률 감축이나 설비 가동 정지가 예상된다고 협회는 전했다.

특히 주유소로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기사들이 파업에 대거 동참하면서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석유 공급이 끊긴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름 대란'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은 "탱크로리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전국적으로 약 70%, 수도권 90%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처별로 사전 주문과 재고 비축 협조 등으로 대응 중이나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하면 석유제품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로드 탁송'(완성차 직접 운송) 등 인건비와 운영비 추가 부담이 업계 전체적으로 하루 5억원이 넘는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철강업계는 지난 29일 기준 국내 출하 차질이 총 60만t, 금액으로 환산하면 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사료업계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재 광양항, 부산항 등에서 컨테이너 원료 수급에 애로를 겪고 물류비 증가 문제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조정래 한국사료협회 전무는 주정박(술 생산 후 나온 곡물 찌꺼기) 등 컨테이너로 수입되는 원료의 공장별 일일 사용량은 30∼50t인데, 현재 7일째 입고 중단된 상황으로 곧 생산을 중단하는 공장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무역협회와 시멘트협회를 비롯한 7개 업종별 단체가 참석했으며, 이들 업종 단체는 화물연대의 즉각적인 파업 중단과 정부의 안전운임제 폐지를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화주사들에 발생한 피해가 현재까지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수출품 운송과 선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처와의 계약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입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수출입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총 41개 화주사로부터 화물연대 총파업에 의한 물류 애로 70건(중복선택 가능)을 접수했다고 밝힌 가운데, 구체적으로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 단절' 32건(46%),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물류비 증가' 20건(29%),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중단' 16건(23%),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 2건(3%)으로 집계됐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화물연대는 타당하지 않은 안전운임제 상시화를 위한 집단운송거부 행동을 중단하고, 화주·차주·운송사업자 모두 상생할 방안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에 의한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미봉책으로 이들의 요구(안전운임제 상시화)를 들어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