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대거 내려올지 주목되고 있다. 금융권 인사에 정부와 당국의 입김이 세지면서 국책은행은 물론 주요 금융권 CEO에 관피아가 내려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농협금융지주)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 농협금융에서는 손병환 회장과 권준학 농협은행장, 김인태 농협생명 대표이사,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이사 등이 임기가 만료된다.
농협금융은 CEO 인선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달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차기 회장을 물색하고 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하도록 돼 있어 오는 23일 전까지 후보군을 확정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가 '2년 + 1년'이었다는 점에서 지난해 1월 선임된 손병환 회장이 1년 더 회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이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한 바 있다.
하지만 임추위는 손 회장의 연임 대신 새 회장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다. 1959년생인 이 전 실장은 행정고시 26회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으로 참여했다. 현재는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간 농협금융 회장은 정부와 관계가 깊은 관료 출신들이 자리를 꿰찼었다. 이같은 관행이 다시 되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김광수 전 회장이 관료 출신이다. 현재 손 회장은 신충식 전 회장 이후 두 번째 내부 출신이다.
회장의 교체로 농협은행장도 맞춰 새얼굴로 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내년 1월 2일자로 임기를 마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이전부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혀왔던 만큼 새로운 관료 출신으로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차기 행장으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장,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하다는 인사는 정은보 전 원장이다. 정은보 전 원장은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맞춰 금감원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해 중징계를 받은데 따른 것이다. 유력 후보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 들어 금융권 첫 인사에 낙하산 인사가 대거 내려오려 하고 있다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보면 금감원장을 구만두고 3년 안에 은행장이 될 수 없다. 공정성에 어긋나고 부당한 권력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은 "기업은행은 자체숭익을 창출하며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조직이지만, 기타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이 법 조항에서 예외"라며 "법의 맹점을 이용해 내리꽂겠다면 이는 '법꾸라지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정은보 전 원장이 임명된다면 기업은행은 금융탄압·공공탄압·노동탄압이 집약된 전장이 될 것"이라며 "공직자 취업 금지 기관에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추가하는 법적 투쟁과 출근 저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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